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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Kay Jan 08. 2019

# 33. 메기 이야기

제제는 옛날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아무 사전 정보 없이 단어만 몇 개 던져주고 이야기를 해달라고 요청하죠. 지난 10월, 밀양에 위치한 민물고기 생태학습관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양한 민물고기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 제제는 예쁜 표정으로 옛날이야기를 해달라고 아빠를 조릅니다. 
 
예컨대 이런 식이에요. 
 
"아빠, 나 옛날이야기해줘.
메기랑 강물에 사는 물고기들 이야기." 
 
그러면 마이클은 단 1초도 막힘없이 입을 열어 술술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메기는 입이 큰 물고기야. 제제도 알지? 입이 너무 크고 수염이 길어서 친구들이 이상하게 생겼다고 막 놀렸대. 메기는 슬퍼서 깊은 물속 바위틈에 숨어서 살았지. 부끄러워서 밤에만 움직이고 말이야. 
 
어느 날 밤이었어. 물속 마을에 아기 붕어가 사라진 거야. 마을의 모든 물고기들이 다 찾으러 나왔지만 어두컴컴한 물속에서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어서 찾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지. 붕어도, 잉어도, 가물치도, 쏘가리도, 누치도 아무도 도움이 안 됐어. 
 
그때 바로 메기가 나타났지. 메기는 수염으로 물속을 환히 볼 수가 있거든, 메기는 수염을 뻗어서 여기저기 찾아보고는 아기 붕어가 커다란 돌멩이 틈에 갇혀있는 걸 알았대. 그리고 다가가서 그 돌멩이를 큰 입으로 앙 하고 물어서 치우고는 아기 붕어를 구했어. 그 후로 모든 물고기들이 메기를 좋아하게 됐대. 아무도 커다란 입과 긴 수염을 놀려대지 않고 멋진 친구라고 부르면서 친하게 지냈지. 
 
이야기를 맺은 후 제제를 보니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표정입니다. 조금 전 어류생태관에서 보았던  물고기들의 모습이 제제의 머릿속에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겠죠. 
 
"아빠도 메기 좋아해?" 
 
"그럼~ 아빠도 멋진 메기가 좋아." 
 
맛있어서 좋아한다고 대답할 뻔했는데 
가까스로 참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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