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chaelKay Jan 13. 2019

# 48. 고양이 가족

2015년 8월


내가 살던 마을, 

빌라 공사를 하기 위한 공터에는 아기 고양이들이 살았다.  
 

도통 어미는 보이지 않았다. 초보 어미라 그런 건지, 아니면 젖이 말라 줄 수 없는 것인지, 좋지 않은 일을 당해 이제 더 이상 보살필 수 없는지, 내가 알 수 있는 건 없었다. 
 
사실 네 마리에서 둘이 죽어 두 마리가 되었다. 그렇게 남은 둘이 서로 의지하며 며칠째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사투 중인지라 마을 사람들이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며 응원했다. 공사 터 구석이니 무척 지저분한 환경이지만 혹여 아기 고양이 두 녀석이 긴장하고 자리를 피할까 싶어 치우지도 못하고 있었고 그저 돌과 폐자재 사이에 어떻게든 먹을 것을 두고 지켜봤다. 한 녀석은 악착같이 달려들어 먹더니 그래도 기운이 나는지 다시 살이 제법 올랐다. 하지만 모두의 바람과 다르게, 한 녀석은 우유조차 쉬이 넘기지 못하고 그렇게 주저앉아 생을 겨우겨우 이어가고 있었다. 
 
그보다 먼저 마을에 살았던 다른 고양이 가족은 내게 큰 기쁨이었다. 겨울이 지날 무렵, 내 집 바로 옆 창고에서 아기 고양이 네 마리가 태어났는데 제제가 태어날 무렵엔 이미 훌쩍 자라 마을을 씩씩하게 돌아다니곤 했고 야무진 어미 덕분에 윤기가 흐르는 모습으로 한 녀석도 남김없이 다 떠나갔다. 
 
떠나던 때가, 제제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시기였으니까 같은 부모 입장에서 넷씩이나 잘 키워낸 그 어미가 대단해 보였고 모두 어딘가로 사라진 후에, 나는 그게 큰 경사라도 되는 양 무척 즐거워했다. 그리고 이후에 찾아온 다른 고양이 가족 역시, 그와 같은 무난한 과정을 지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완전히 반대로 치닫고 있었다. 
 
어미는 계속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어린것들끼리 살 비비며 지내다가 둘은 죽고 남은 두 녀석들은 누군가 걱정스러워 차려놓은 식사도, 내가 곳곳에 놓은 우유 가득 담긴 컵도 좀처럼 비워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부디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태어났으면 짧든, 길든 제 수명 언저리까지는 살아내야지... 힘없는 표정으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한 녀석에게 말을 건네기까지 했다. 무언가 돕고 싶었지만 할 수 있는 거라곤 거의 없었다. 그저 마실 것을 담아둔 통이 깨끗하게 비어있으면 기뻐한 게 전부였다. 도와줄 만한 곳을 여기저기 검색해서 전화해 봐도 모두 난색을 표했다. 
 
제제가 성장해온 시간 동안 나는 가끔 완전히 달랐던 두 고양이 가족의 모습을 떠올리곤 했다. 약간의 죄책감 같은 것이 가슴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아빠, 하늘나라는 얼마나 높아?" 
 
우리 집보다 높은 곳에 있는지, 송전탑보다 높은 곳에 있는지, 구름보다 높은 곳에 있는지, 그도 아니라면 우주에 있는지를 제제가 물었다. 헬리콥터를 타면 갈 수 있는지, 비행기나 로켓을 타면 갈 수 있는지도 궁금한 모양이다. 
 
"글쎄, 아빠 생각에는... 하늘나라엔 아기 고양이도 있고 엄마 고양이도 있을 것 같아. 아빠 고양이도 있겠지." 
 
"그럼 외롭지 않겠네. 함께 있잖아." 

지난여름, 나는 제제의 간단한 대답을 들으며 그제야 두 고양이 가족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조금 지워낼 수 있었다. 두 마리 아기 고양이들이 세상을 떠난 지 3년 만이었다.


2015년 여름, 어느 고양이 가족이 있었다. 어미는 떠나가고 둘은 죽고 둘만 남았다.


응원을 보냈지만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어딘가에 전화를 해봐도 길고양이 구하는 건 어렵다고 전부 난색을 표했다.
마을에는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으니 내 마음대로 행동할 수 없었고, 갓 100일이 지난 제제를 보살피는 일도 무척 바빴다.
그렇게 남은 두 녀석이 떠나고, 제제가 무럭무럭 자라면서 가끔 그때가 생각나곤 했다. 조금의 미안함도, 약간의 죄책감도 모두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하늘나라에 다 함께 있을 거야. 아빠랑 엄마랑 아기 고양이들 전부 말이야.
아빠, 괜찮아~ 아기 고양이들은 외롭지 않을 거야.
제제가 그렇다고 하니 믿어야지.


작가의 이전글 # 47. 3주 차의 약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