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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Kay Jan 05. 2019

# 02. 인사

라멘 전문식당에 들렀다.


보통 어떤 식당에 가면, 열 번 정도 인사를 하고 나오는 것 같다. 그 식당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반겨주는 식당 관계자분들의 인사에 나도 마주 인사하고, 메뉴판을 가져다줄 때 다시 고개를 숙이고, 식기를 세팅해주면 또 인사, 주문한 음식이 나올 때도 마찬가지다.
 
"감사합니다."
 
제제는 그런 아빠의 모습을 지금껏 봐오고 있는데, 이제는 대부분의 경우 함께 인사를 한다. 아빠를 따라서 고개를 숙이는 꼬마신사의 모습은 흔한 일상이 됐다.추가 메뉴를 주문할 때나, 부족한 걸 관계자분들이 채워줄 때도 부지런히 인사를 한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계산할 때도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데, 상대방이 딱히 반응이 없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인사는 주고받는 것이긴 하지만 내가 그렇게 했다고 해서 타인도 내게 똑같이 하리란 기대까지 할 필요는 없다.   
 
"아빠, 저 사람은 왜 인사를 받아주지 않지?"
 
지금껏 제제는 내게 여러 차례 같은 질문을 했다. 답변하기가 꽤 곤란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름대로 성의를 담아 설명하곤 한다.
 
"제제가 인사를 했다고 해서 사람들이 다 똑같이 제제에게 인사를 하지는 않아. 갑자기 배가 아플 수도 있고, 오늘 기분이 나쁠 수도 있어. 인사하는 게 부끄러울 수도 있지."
 
"응, 저 아저씨는 지금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가고 싶은 것 같아."
 
잠시 궁리를 한 제제가 생각주머니에서 자신만의 답을 꺼내놓는다.
 
"그래, 맞아. 아빠도 그런 생각이 들었어."
 
결론은 늘 같다.
앞으로도 꼬마신사는 인사를 열심히 할 예정이다.
그게 바로 꼬마신사의 품격이니까.

어느 식당에 가더라도 제제는 늘 인사를 한다.


맛있게 식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사를 잘 하는 것도 분명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다.


맛있게 먹고 식당을 나서는 길, 제제는 다시 인사를 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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