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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Kay Jan 22. 2019

# 63. 착한 걸로 해줄게

"아빠..." 
 
곁으로 다가온 제제가 미적거리며 말을 흐린다. 쉽게 허용하지 않는 무언가를 요구할 때 보이는 행동인데 진지한 표정을 지으려 해도 그 모습이 귀여워 너털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왜? 하고픈 게 있어?" 
 
"응, 라면 먹고 싶어." 
 
제제가 말하는 라면이란, 언젠가 처제가 제제에게 선물했던 일본식 어린이용 라면을 말한다. 매운맛이 전혀 없는 데다 짜지 않고, 호빵맨이라는 캐릭터가 건더기로 들어가 있어 제제가 무척 좋아하는 제품이다. 
 
"호빵맨?" 
 
"응, 그거! 그거!" 
 
식재료 자체도 그렇지만 제제가 좋아하는 우유, 치즈나 그 밖의 완제품엔 의외로 많은 염분이 담겨 있다. 그래서 44개월인 지금도 제제가 먹는 음식에는 따로 간을 하지 않는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라면은 맵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짜서 먹인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라면이 썩 좋은 음식은 아니라는 걸 제제는 알고 있다. 아마 그런 이유로 조금 망설이며 말했던 모양이다. 
 
"제제, 필요한 게 있으면 어떻게 말하라고?" 
 
"큰 목소리로!" 
 
라면을 매일 먹는 건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니지만 가끔 먹는 건 전혀 나쁘지 않다고 말하며 기를 세워준 다음, 아빠에게 필요한 걸 말할 때는 자신 있게 말하는 거라고 다시금 일러두었다.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 라면과 스프를 넣으면서 제제를 돌아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라면을 기다리던 제제가 씩 웃는다.  
 
"제제, 왜? 아빠가 참 착한 것 같지?" 
 
"착한 걸로 해줄게." 
 
순간 발끈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미 라면은 다 익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너도 먹은 걸로 해줄까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나는 정말로 착하니까. 



아빠...


라면 먹고 싶어.
이거? 응, 그거! 그거!
오랜만에 라면을 간식으로 주겠다 약속했어요.
제제야, 아빠 착한 것 같아?
착한 걸로 해줄게~
발끈했지만 약속은 약속이니, 라면은 예정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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