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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Kay Jan 27. 2019

# 09. 걱정 말아요, 그대

몇 해 전,
조용한 술집에서 후배를 만났습니다. 
 
후배는 삶이 주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꽤 벅차게 느꼈던 모양입니다. 결혼, 육아, 집, 대출, 직장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없어 숨이 막힌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죠. 
 
"형, 진짜 저는 사는 게 사는 것 같지가 않아요.
그런데 형은 매사가 전부 즐거워 보여서 짜증 나요.
어떻게 해야 그렇게 살 수 있어요?" 
 
후배보다 나은 점이라곤 단 한 가지도 없는 모자란 사람이지만 얼굴을 마주하고 물어오니 입을 열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가 항상 힘들게 느껴지는 이유는 말이다. 항상 그걸 매조지하려고 하기 때문일 수도 있어. 풀어낸 사람만 훌륭한 게 아냐. 난제를 앞에 두고도 힐긋 보고 무시할 수 있는 게 정작 핵심이랄까. 
 
삶이 낸 여러 가지 문제들은 항상 힘들게 느껴질 수밖에 없어. 답안지에 정답을 써내려고 하는 습관 때문일 수도 있지. 문제를 말끔하게 풀어내지 못하는 상황이면 어때? 평생 느긋하게 풀겠다는 각오 정도면 충분해." 
 
"아, 됐어요. 됐어. 
더 짜증 나니까. 그만 말해요." 
 
후배와 잔을 들어 부딪히고 쓴 소주를 꿀꺽 삼켰습니다. 그 맛이 좋아 웃으며 잔을 내려놓는데 후배 역시도 웃는 낯입니다. 
 
"훈아, 너무 걱정하지 말아. 
형은 다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
너는 충분히 그럴만한 녀석이잖아." 
 
늦은 밤, 술자리가 파할 때까지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연신 잔을 부딪혔어요. 그리고 헤어질 무렵 다시금 말을 건넸습니다. 
 
"훈아, 지금 시간이 몇 시냐...
이러니까 제수씨가 화를 내지." 
 
"와..., 역시 형은 진짜 짜증 나는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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