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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Kay Feb 16. 2019

# 76. 스프레이는 안돼, 머리핀을 사용해

하루 일과가 거의 끝나갈 무렵, 
바쁜 하루를 보내고 목욕과 식사까지 마친 제제는 거실에 깔아 둔 매트와 쿠션 위를 뒹군다. 그러다가 가끔 사지를 쭉쭉 뻗어 기지개를 켜는 걸 보면 꽤 나른한 눈치다. 

"제제 많이 피곤하면 그대로 자도 괜찮아." 

"싫어, 양치질하고 잘 거야." 

피곤하면 거를 법도 한데, 잠시 뒹굴던 제제는 벌떡 일어나 심호흡을 하더니 욕실로 향한다. 재빨리 제제를 앞서서 욕실로 들어가 보조발판 위치를 바로잡고 칫솔과 치약 그리고 컵을 준비했다. 
 
한창 치카치카 소리를 내며 열심이던 제제가 양치질을 멈추더니 급하게 입을 헹군다. 무언가 할 말이 생각난 모양새다. 혹시 아빠도 양치질하라고 말하려는가 싶어 황급히 선수를 쳤다.

"아빠는 양치질 조금 전에 했어." 

"아니, 그 이야기가 아니야." 

제제는 가만히 손을 뻗더니 욕실 거울 밑 정리대에 놓인 헤어스프레이를 집어 들었다. 그럼 무슨 이야기인가 싶어 가만히 지켜보았다. 

"스프레이를 사용하면 공기가 까맣게 변해." 

탄소 배출과 환경에 대한 교육 영상을 보더니 아빠에게 한 마디 하고 싶었는가 보다. 자주 사용하지는 않는 물건이라고 조심스레 대꾸했지만 돌아온 건, 역시 방패같이 단단한 어조뿐이다. 
  
"공기가 까맣게 변하면, 사람들의 폐가 아프게 돼." 

할 말을 잃은 아빠를 두고 제제는 내려놓았던 칫솔을 다시 집어 들었다. 치약을 곱게 짜서 칫솔 위에 올리고는 잠시 미뤄두었던 양치질을 시작했다. 그 모습이 하도 담담해 슬쩍 약이 올랐다. 

"너도 아까 반찬 남겼잖아. 그것도 환경오염인데!" 

"내일 먹을 거야. 냉장고에 넣어 줘."  
 
너도 마찬가지라며 괜히 한 번 내질렀다가 두 배로 약 오른 상황만 초래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환경오염의 주범이 된 건 덤이다. 
 
"그럼, 아빠 머리칼은 어쩌지?" 
 
"머리핀을 사용해." 
 
다가올 따사로운 봄날, 머리핀을 꽂은 아저씨를 김해 인근에서 보시거든 부디 가엽게 여겨주세요. 정신이 이상해서가 아니랍니다. 
 
#45개월 #제제 #아빠육아 #육아이야기 
#스프레이 #환경오염 #그래_내가_졌다
#나도_모르는_사이에_환경오염의_주범이_됐어

아빠, 아빠가 머리에 뿌리는 거 있잖아.


양치질을 하다 말고는 제제가 스프레이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이걸 자꾸 사용하면 공기가 까맣게 변한다고요.
스프레이를 사용하면 안 돼!
조금씩 사용하면 어떨까? 제제는 단호하게 안된다고 답했습니다.
공기가 까맣게 변하면 사람들의 폐가 아프게 된다는 게 이유라고 하네요.
그럼 아빠 머리칼은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머리핀으로 해결하래요. 이제 김해에서 머리핀 꽂은 아저씨 보시거든 저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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