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만 원 미만의 금액은 현금으로 결제하는 편이다. 제제와 산책을 하다가 편의점에 들러 음료수와 간식을 살 때도 그렇고 학습관이나 박물관에 찾아가 입장료를 낼 때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셈을 치르고 받은 잔돈 중에서 동전을 따로 모아 아내가 만들어준 저금통에 넣는다.
동전이 생기면 넣고, 또 생기면 또 넣는다. 오백 원, 백 원, 오십 원이나 십 원, 그렇게 각기 다른 세 개의 저금통이 있으니, 동전을 알맞게 분류해서 넣은 후 뚜껑을 닫으면 된다.
하루, 일주일을 지나 한 달 정도까지는 괜찮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석 달 정도가 되면 슬슬 궁금함이 머리를 들고 일어선다. 모인 돈이 많지 않다는 걸 알지만 정확하게 얼마가 모였는지 자꾸만 궁금해진다. 넣은 동전이 사라지는 일은 결코 없으며, 반대로 더 많은 동전이 되어 나를 기다리는 법도 없는데 말이다.
할 일을 하듯 동전을 넣다가, 시간이 흘러 궁금함의 산을 넘고 나면, 다음은 꿈이다.
세 개의 저금통이 묵직해질 때쯤 나는 작은 꿈을 꾸기 시작한다. 제제에게 건넬 장난감이나 옷 또는 신발을 떠올리다가 아내에게 필요한 손톱 꾸미기용 소품, 수분크림, 일회용 렌즈까지 구입목록에 올린다.
고작 동전을 모아둔 저금통 하나에 꿈도 야무지다. 부족한 만큼은, 동전이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어 열매라도 주렁주렁 달아놓지 않았을까 기대를 살짝 해본다.
맡겨놓은 걸 찾아가듯, 그렇게 선물을 받아갈 제제를 그려보며 웃는다. 여배우보다 그럴싸하게 감동 연기를 펼칠 아내가 눈에 선하다. 맛집을 찾아가 셋 모두 배부르게 먹고 트림을 하는 모습을 생각하니 참 좋다.
어떤 이에겐 하찮게 보일 이런 작은 상상, 그게 바로 내가 저금통을 들고 꾸는 꿈이다
오늘도 나는,
작은 상상을 곁들이며 저금통에 동전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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