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쓰레기 아무 데나 그냥 버렸지?"
운전석에 오르자마자 뒷좌석에서 질문이 넘어온다. 어린이 카시트에 내 아들 대신 형사라도 타고 있는 것인지, 어째 말투가 취조하는 식이다.
제제가 먹고 마신 핫도그 막대와 음료수 캔을 휴게소 한 편에 놓인 쓰레기통에 버리고 온 게 전부다. 쾌적한 차량 내부 환경을 위해 노력했는데 되려 경범죄 벌금 통지서를 받아 든 상황이니, 기가 찰 노릇이 아닌가.
떳떳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잘못한 게 없으니 담담하게 받아치면 그만이지만, 제제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희한하게도 변명하듯 말하게 된다. 형사 앞에 선 용의자처럼 말이다.
"아, 아니야. 제대로 버렸어. 정말이야."
"아닌 것 같은데?"
제제가 살살 웃어가며 대꾸하니 점점 억울함이 커진다. 아빠가 항상 가방에 쓰레기봉투를 가지고 다니는 거 모르냐고 묻자, 제제는 고개를 돌리고는 못 들은 척 딴청을 피운다. 아파트 단지 산책로를 제제와 함께 청소한 이야기엔, 귀를 꼭 틀어막고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다.
"제제, 아빠가 쓰레기통에 버리신 게 맞아.
엄마도 봤거든."
보다 못한 아내가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 아내의 한 마디에 뱃심이 두둑해지는 걸 보면, 어떤 사건이든 목격자가 이렇게나 중요하다. 용기를 내준 그녀에게 고마워서 절이라도 하고 싶다. 제 엄마까지 나서자 제제는 그제야 즐거움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빠, 그냥 장난친 거야."
경범죄 벌금 통지서는 취소 처분하는 걸로 결론이 났지만 이대로 물러서기엔, 겪었던 억울함이 제법 크다. 무죄추정의 원칙도 무시한 채 아빠를 몰아세우던 형사에게 매운맛을 보여주기로 했다. 씩 웃으며 고개를 돌려 뒷좌석을 바라보았다.
"제제가 가진 물건은 어디에 정리하기로 했지?"
"내 방."
제제는 아빠와 나눈 대화를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자전거 보관장소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 그것 하나만 언급해도 충분하다. 견인 통지서를 발부할 타이밍이다.
"그런데 제제의 자전거는 어디에 있을까?"
"아빠가 글 쓰는 방."
"아하, 그럼 자전거는 아빠 물건이로구나."
형사는 금세 어린양이 됐다. 애교 가득한 윙크를 보여주더니 그것으로는 모자라다 싶었는지 손가락 하트도 뿅뿅 날린다. 빙그레 웃으며 제제를 보다가 자세를 바로 했다. 안전벨트를 점검한 뒤, 운전대를 잡고 출발하는데 아내의 한 마디가 날아든다.
"와, 당신 진짜 치사하다."
"응, 원래 치사한 사람이 이기는 거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형사와 목격자를 적으로 돌리긴 싫다. 발부하려던 견인 통지서는 곱게 접어 취소 처분했다. 서로 한 장씩 주고받았으니 그만하면 충분하다.
나도 그냥 장난 한 번 쳐본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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