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UX 디자인의 힘] 출간 1주년 회고
2021년 2월, 버킷 리스트 하나를 실현했다. 바로, 책을 출간한 것이다. '60살 즈음에 내 이름으로 된 책 하나 낼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것이 마흔 살에 실현이 되었다. 2020년 1월에 책을 쓰기 시작하여 21년 2월에 책이 출간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책 출간 후 1년이 지났다. [사용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UX 디자인의 힘] 출간 과정과 출간 후 1년을 되돌아보았다.
강원국 교수님 강의 - 출간에 대한 꿈을 키우다
나는 머리가 나쁘다. 중요한 일을 경험하고 나서 금방 잊어버린다. 그래서 내가 경험한 것들을 글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내 글쓰기의 시작이다. 처음은 메모에서 시작했다. 작은 메모는 블로그로 옮겨가게 되었다. 그렇게 글이 쌓이게 되자 어느 순간 책 출간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연한 꿈이었다. '60살 즈음에 내 이름으로 된 책을 하나 낼 수 있을까?'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강원국 교수님의 강연(2019년 7월)을 듣게 되었다.
장담하는데, 여기 있는 누구나 다
자기 책을 갖게 될 거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이미 책 한 권을 출간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체 멘트는 이러하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정년 이후 50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은퇴 후 50년을 뭐하면서 살래요? 제가 장담하건대 여기 있는 누구나 다 자기 책을 갖게 될 거예요.". 나는 이때부터 책 출간에 대한 꿈을 선명하게 그리게 되었다.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2019년 11월 어느 날 이메일이 하나 왔다. "마더북스 편집자 OOO입니다. 디자인 콘텐츠를 기획하던 중 브런치에서 작가님의 글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깔끔하고 정리가 잘 된 글들을 보면서 책으로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출간 계약 전이시라면,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출판사에서는 '덜 수고로운 길'을 향해 움직이는 사람들의 흔적 이라는 글을 보고 제안을 검토하게 되었다고 했다. 뻔한 개념 정의나 어려운 방법론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일상 속 디자인 이야기를 에세이처럼 쉽게 풀어내는 게 인상적이라고 했다. '디자인 전문 서적인데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기획 방향은 이때 나왔다.
10년 정도 모아놓은
생각의 조각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꿈꿔왔던 일이 내 눈앞에 다가왔다.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곧 두려움이 엄습했다. '책 한 권 분량의 콘텐츠를 뽑아낼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단편 블로그를 발행하는 것과 단행본 한 권을 집필하는 건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노트북 메모장을 열었다. 10년 정도 모아놓은 생각의 조각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글쓰기가 시작된 것이다.
출간은 하나의 큰 프로젝트이다
출간은 작가가 글만 잘 쓰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 출간은 하나의 큰 프로젝트다. 기획자, 편집자, 마케터 등 여러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야한다. 때문에 출간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책 제목, 표지 디자인, 내용 첨삭 등 여러 이슈들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 과정들이 있었다. 참고로 지금의 책 제목은 내가 원한 제목이 아니다. 내가 생각한 제목을 끝까지 관철시키고 싶었으나, 타겟 독자층이나 트렌드를 고려한 출판사의 판단을 존중하기로 했다. 출판사 관계자분들은 이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그분들의 판단을 믿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이 흘렀고 치열한 프로젝트 끝에 책이 완성되었다. 책이 출간되고 콘텐츠 팀장님에게 받은 이메일 내용을 공유한다. (이메일을 읽고 감동하여 살짝 눈물을 흘렸다는...)
제목을 정하고 표지를 정하는데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래도 작가가 애정 할 수 있고, 세상에 나가 크게 부끄럽지 않은 책으로 만드는데 조금은 힘이 되었길 바랍니다.
현장감 넘치는 경험을 충분히 통찰하고 기록하는 성실함이 김동후씨의 큰 힘 같아요. 김동후씨의 원고를 보면서 '디자이너의 글쓰기'라는 부분에서 신선함을 느꼈고, 성실한 글쓰기와 태도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편집자로서 원고를 고치면서는 지나친 세밀함이나 군더더기를 좀 덜어내고, '겸손한 저자의 태도'와 '독자의 입장'이라는 관점에서 조미료를 몇 숟갈 첨가하긴 했지만, 무엇보다 작가가 자기만이 가진 콘텐츠의 힘과 그걸 다른 이들과 나누려는 긍정적인 힘이 있기에 이렇게 책으로 나오는 것이 가능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꾸준히 글 써나가시면 앞으로 앞으로 성장의 폭이 더 커지리라 생각합니다.
글 쓰는 디자이너로 더 성장하시길 기대하고 응원하겠습니다.
에세이처럼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UX 서적
"엄마도 쉽게 읽을 수 있는 UX 디자인 책을 써보자". 책을 처음 집필하기 시작했을 때 세웠던 목표이다. 출판사의 기획 의도도 그러했다. 시중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뻔한 디자인 서적 말고,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디자인 서적을 출판하는 게 목표였다.
엄마도 쉽게 읽을 수 있는
UX 디자인 책을 써보자
시중에 나와 있는 UX 서적은 어렵다. 공부하듯이 읽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UX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쉬운 UX 책을 쓰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다 보니 버려야 할 내용들이 많았다. 그 내용을 버렸더니 알맹이가 빠졌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원하는 알맹이는 너무나 전문적이고 유행을 타는 지식이었다. 이 책이 커버해야 하는 독자층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강원도에 있는 대안학교에 가서 어린 친구들에게 책을 소개하고 UX 디자인에 대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그때 학생들의 피드백을 보면서 이 책은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걸 확인했다.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나중에는 이 책이 디자인 섹션이 아니라 인문 서적 코너에도 진열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책을 소개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
의도하지 않게 책을 소개할 기회들이 있었다. 클럽하우스가 한창 붐일 때 디자이너의 글쓰기를 주제로 책을 소개하기도 했고 세모람, 클러북스 등의 독서 커뮤니티에 초대를 받아서 독자들과의 만남을 가지기도 했다.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청소년 멘토링 강의, 대안학교 강의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UX 디자인을 소개하였다.
베스트 리뷰를 선정해보았다
블로그나 SNS에 독자의 리뷰가 꾸준히 올라온다. 독자의 리뷰는 나를 돌아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내가 제목을 검색해서 직접 찾아볼 때가 있고, 지인들이 리뷰를 캡처해서 보내 주거나 링크를 전달해준다. 가끔은 리뷰 게시물에 직접 댓글을 달기도 한다.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리뷰를 뽑아보았다.
"UX 디자이너는 대체 뭐하는 사람이에요?"라고 묻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위승용 님/브런치)
적어도 지금까지 읽었던 UX 관련 도서 중에서, 도입부의 UX 디자인의 개념 정의 부분만큼은 제일 멋지게 풀어내신 것 같다.(얌이님/네이버블로그)
엄청 어려운 얘기가 나오지는 않는다. 저자님이 항상 예를 들어 굉장히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고, 나는 그것을 읽고 한 두 번만 더 생각해보면... 음~! 하게 되는 책이다. (내돈내산) (얀수님/네이버블로그)
에이전시, 스타트업, 그리고 대기업에서 UX 디자이너를 경험하면서 쌓은 여러 가지 생각, 프로젝트, 방법론, 그리고 인사이트를 학교 선배가 맥주집에서 이야기해 주듯이 재미있게 풀었다. (pxd 블로그)
책 초반에는 솔직히 재미가 없었다. 나는 이미 머릿속에 UX에 대한 개념 정의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책의 중반 이후부터 책이 재밌게 읽히기 시작했다. 그때부터는 UX 디자인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삶 전체에 적용되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중략) UX 디자인에 대해 더 깊게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딱 그 정도가 저자가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인 것 같았다. 그리고 오히려 나는 그게 더 재밌게 다가왔다. (henryLee님/ 네이버블로그)
사실 책의 목차를 안 보고... 표지랑 제목만 보고 이거 재밌겠군 하고 덥석 구매했다.. 내가 기대했던 것은 실무에 적용 가능한 스킬이나 실용서에 가까웠는데 실제 내용은 <UX디자인으로의 안내> 같은 느낌에 가깝다. 학생 때 읽었으면 가슴이 막 뛰고 저 세계가 너무 궁금해서 설렜을거 같은데 그러기엔 제가 너무 늦게 읽고 말았군요... 물론 그렇다고 아주 의미가 없진 않았다. 그래도 재밌는 부분들이 있었고 새삼스럽게 다짐하게 되는 부분도 있었다. 다만 기대치가 어긋났을 뿐... (ㅠㅠ) (중략) UX가 대체 무엇이고 UX디자이너는 그래서 뭘 하는 사람인데? 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아주 가볍고 재밌게 읽을 수 있을거 같다. (ㅎㅛ님/네이버블로그)
리뷰를 읽다 보면 부정적인 리뷰도 발견할 수 있다. 디테일한 실무 방법론을 기대했는데 그런 내용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은 UX 전문가를 위한 책이 아니다. 비전공자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무 방법론은 유행을 탄다. 정답이 없다. 게다가 그런 책은 이미 시중에 많이 풀려있다(지금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내 책장에도 UX 방법론을 다룬 책들이 있다. 그 책들은 다시 펼쳐보지 않는다. 트렌드가 바뀌어서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내용을 걸러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물이다. 책을 읽다가 '방법론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독자'가 있다면 나에게 문의해주길 바란다. 최신 트렌드에 맞는 UX 스터디 책을 추천해주겠다.
작가가 좋아하는 책의 구절들을 소개하며
출간 1주년 회고를 마친다
경험 디자이너는 길을 만드는 사람이다. 사용자를 목표 지점으로 안내해야 한다. 안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정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수고로움이 덜한 길을 설계해야 한다.
'상단 정렬을 해야 하나, 하단 정렬을 해야 하나...' (현관 앞에 널브러진 신발을 바라보며)
사용자는 예측 불가능한 존재다. 수동적인데 능동적이다. 둔감한 것 같은데 민감하다. 불편함을 본능적으로 인지한다. 이성의 영역이 아니라 본능의 영역에서. 나도 모르게 본능이 작용하는 것이기에 정색하고 격하게 반발하지도 않는다. 어딘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욕구'가 꿈틀거릴 뿐이다. "덜 수고로운 길을 가고 싶다."
혁신은 결정권자의 취향에서 나오지 않는다. 사용자의 목소리에서 나온다. 가끔 결정권자가 강하게 나오더라도 어려워하지 말자, 디자이너에게는 ‘사용자의 경험’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무기를 골라올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잘 갈고닦아서 날을 세울 수 있는 능력만 갖추면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
나는 문제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지만, 사용자(아이들)의 눈으로 보지 않고 아빠의 눈으로만 생각했다. 아이들이 조금만 조심하면 될 문제라고 아이들 탓을 하면서 문제의 본질을 외면해버렸다.
디자인Design이라는 개념 안에는 기본적으로 '더 나은 상황에 대한 기대', 즉 욕구를 의미하는 desire라는 단어가 있다. 발전적인 상황을 창조하는 것이 디자인이다. 상황을 더 발전시킨다는 건 행복으로 귀결된다. 목표를 행복에 두지 않아도 발전적인 상황으로 인해 행복에 도달하는 것이다. 행복이라는 단어가 너무 두리뭉실하고 추상적인 개념이라 강조하지 않았지만, 결국 경험 디자인의 끝은 행복이라는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마운 분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싶다.
- 책을 쓰는 1년 동안 나의 빈자리를 채워준 아내
- 가능성을 믿고 출간 제안을 해주신 출판사 대표님
- 끝까지 애정을 가지고 글을 만져주신 편집장님
- 저를 최초로 발굴해주신 출판사 관계자님
- 집필 시작을 열어주신 현대자동차 양현승 팀장님
- 출간을 꿈을 선명하게 만들어주신 강원국 교수님
- 글쓰기의 재미를 깨닫게 해 주신 박동오 前교수님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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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 교수님 강의 후기: https://brunch.co.kr/@realhoo/13
'덜 수고로운 길'을 향해 움직이는 사람들의 흔적: https://brunch.co.kr/@realhoo/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