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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진킴 Mar 20. 2020

미술관 vs 맥도날드 선택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커리어체인지 03. 알바말고도 길이 있을꺼야 


Why 미술계는 선택지가 아니었나? 


미술계에서 프리랜서로 활동 했으니, 안정성을 얻고자 취직을 한다면 미술관 같은 기관이나 미술관련 업종에 취직을 먼저 생각하는 게 당연한 순서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안정성에 '4대 보험', '퇴직금', '정규직'의 조건이 붙으면 국립현대미술관을 포함해서 갈 곳이 없다. 국공립 미술관은 일년에 직원을 뽑는 수가 극히 적고, 4대 보험은 주더라도 계약직이거나 무기계약직일 가능성이 100%다. 1명을 뽑으면 1차, 2차 심사를 거쳐 최종 면접에 3~5명을 선발하여 1명을 고용하고, 6개월 뒤 다시 뽑는게 반복된다. 이런 식으로 관련 기관에서 경력을 쌓거나, 그 사이 석사 학위나 박사 학위를 취득한 고스펙 지원자는 쌓이지만 일자리의 질이나 양은 늘어나지 않는다. 


최저 시급에 기준한 월급 160만원~170만원 선이 아주 좋은 일자리의 기준이다. 대부분 석사 학위 소지자이며, 관련 업계 경력이 2년 정도 되는데도 6개월 - 11개월 단위로 계약직이 된다. 극 소수의 정규직 실장 또는 5년 이상 근속한 급수의 직원들도 호봉제에 따라 5년차가 되면 240만원 정도 받는 걸로 알고 있다. 실장이나 특수직은 400만원 정도 보수로 받는다고 하는데, 그 400만원을 받기 위해 그 사람이 박사과정, 특출난 경력, 국내외 시장조사를 위한 리서치 비용 등을 고려하면 과연 고수익이 맞는걸까? 40대 중후반에 400만원이라면. 책도 1~2권 출간하고, 대학교에 출강도 하는 사람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미술계의 제 살 깎아 먹기는 이제 정말, 벗어나고 싶었다. 돈을 벌어서 부채도 상환해야 하고, 생활도 영위해야하는데... 정말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해졌다. 지금 까지 내가 알고 있던 세계에서 벗어나기로 결심은 했지만, 깜깜했다. 


정말 알바 밖에 방법이 없을까 


우선 집근처 KT 대리점의 판매직, 맥도날드, 할리스 커피에 이력서를 냈다. 학력이나 해외에서 근무했던 이력은 다 빼고, 어렸을 때부터 짬짬히 했던 서비스직 아르바이트 경력과 영어, 중국어를 '아주' 유창하게 할 수 있다는 걸 어필하고 증명사진을 예쁜걸로 부쳤다. 나이도 많은데 매니저가 불편해 하면 안되니, 싹싹하고 수수하게 굴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근처에 살아서 늦은 저녁시간이나 아침 쉬프트를 담당 할 수 있고, 청소를 아주 잘한다고 어필했다. 


막상 붙고나니, 미래가 있는 일인지 궁금해졌다. MBA를 졸업하고 대기업으로 간다는 옛남자친구의 소식을 들으니 더욱 초라하게 느껴졌다. 정말 대학교 4년, 대학원 2년, 조교 1년, 업계에서 구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싹싹하게 인사하고, 청소를 잘하는 것 밖에 없을까? 시급으로 3년, 5년 계속 일을 하면서 34살의 김혜진이 되고 싶어서 그렇게 아등바등 살았을까?


구글 오피스 


대학 동기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어봤다. 대부분 X문화재단, O갤러리, A미술관 등 다양한 미술기관에서 일하는 중으로, 나와 별반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프로듀서를 하면서 만났던 수많은 직업인들, 다양한 형태의 스튜디오와 회사들을 떠올렸다. 나와 별반 나이차이가 나지 않았던 거래처 사람들을 떠올려보면서 '내가 부족할 건 또 뭐야' 내심 치기도 생겼다. 


워크넷에 등록을 했는데, 실업급여나 취업을 위한 프로그램 지원비를 받을 자격 요건이 되진 않았다. 생각해보니, 4년 동안 미대 다녔다고 문과 출신 지원자와 정말 다른게 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사람 vs 사람으로 보았을 때 큰 차이가 없어도, 그 '4년의 전공 교육'이 취업에서 절대적인 레퍼런스를 제공한다면 나도 3-4년간 완전히 새로운 걸 해도 가능하다는 뜻 아닌가? 


잡서치 시작 


고민을 많이 했다. 당장 월급을 받을 일자리를 구해야하는데, 입학금을 내면서 다시 학생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럼 일을 하면서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했다. 내가 생각 했을 때, 지금 까지 했던 일과 비슷해보이거나 관심이 가는 회사의 채용공고를 정독해 보았다. 


마케터, 프로젝트 매니저, 기획자, 비즈니스 오퍼레이션, 사업개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커뮤니티, 홍보,.. JD를 읽으면서 100% 매치하는 직무 또는 자격 요건, 60% 매치, 30% 매치로 정리를 해서 클리핑을 했다. 


그리고, 60% 매치하는 것들 중에서 현재 내가 3개월 안에 괜찮은 포트폴리오나 경력 레퍼런스를 만들 수 있는 프로젝트를 고민해보았다. 


30% 매치는 꾸준한 자기 계발이나, 업무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속적인 노력을 어떻게 이력서나 자기소개에 넣을 수 있을지 고민해보았다. 


어느 회사에, 어느 사업 분야에, 어느 직군에 지원해야할지 모르니 1년차 부터 5년차 까지 거의 풍차돌리기 식으로 이력서 작업을 했다. 미대 출신이나, 이렇다 할 1~3년차 회사 경력이 없으니 이력서는 영어로 쓰고 포토샵으로 디자인까지 해서 1장 짜리로 콜드 이메일을 돌렸다. 


로켓펀치에도 가입해서 매일 올라오는 공고를 구경했다.  


탈잉 전체 7위 多수강자 


이 때만 해도 IT 업계로 갈지, 리테일로 갈지 분야도 정해지지 않은 때였다. 그래도 대학생들이 취준 때 한다는 기본 포토샵, 일러스트, 엑셀, 영상 편집은 해야 겠다 싶었다. 마침, 쇼핑몰을 준비한다고 들었던 탈잉이 생각나서 매일 원데이 클라스 & 두달 짜리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특히 선생님과 1:1로 하는 수업은 선생님이 일하고 있는 업계 사정과 직군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에 'O스타트업'이라고 밝힌 튜터는 당장 관심이 있는 분야가 아니더라도 다 수강신청을 했다. 


수업을 듣다 보면, 준비도 잘 해오고 수업을 잘 따라가면서 나의 이야기를 하면 선생님들이 이런 저런 조언을 많이 해줬다. '아, 그런 일을 하셨던 경험이 있으면, XX랑 잘 맞을 것 같은데 한 번 알아보세요.', 세미나나 네트워킹 파티가 많이 열리는 웹사이트와 커뮤니티도 소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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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에선 그동안 들었던 수업과 도움이 되었던 플랫폼이나 커뮤니티를 소개해볼게요. 


2020.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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