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정산 일기
<가계부 월간결산> 에 기고 하고 있는 혜진킴입니다! 미스페니 선생님의 상담을 받고 시작하게된 월간결산입니다. 저는 푸른살림 협동조합의 M밸런스코칭 기본과정을 2019년 9월~2020년 1월 듣고, 매달 가계부를 말일에 정산하고, 경제활동과 살림을 되돌아 보는 일기를 씁니다. 좋았던 소비 Top3와 후회가 되는 최악의 소비 Top3도 선정하고 있습니다.
현금 흐름을 잘 통제해야 한다.
예산안에 맞춰서 써야한다.
매일 매일 기록해야한다.
알지만 잘 안지켜지는 대표적인 가계부101이다. 엑셀로 통장기록을 다운 받고, 네이버 페이 기록을 뒤져 가면서 한달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추적하는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닌데... 심지어 정체를 알 수 없는 20만원이나, 인터넷 결제라고만 되어 있는 8000원 같은 경우도 도무지 뭘 샀는지 기억이 안난다!!
3월은 여러모로 출렁거리는 달이었나 보다. 특히 회사 생활에 부침이 많았고 인간관계가 힘들어서, 저녁에 밥이나 술, 치킨을 많이 먹었다. 그래도 곱창먹은 날 기록을 보면 보고 싶었던 친구도 만났으니, 성공! 심리적으로 불안하면 평일에는 즉각적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자극적인 음식, 술, 기름진 음식이 많았다.
그리고 토요일.. 정말 조심해야해. 금요일까지 눌러 놓았던 한풀이를 하는지 토요일은 가계부 항목이 쭉쭉 내려간다. 사는 것도 많고 돌아다니는 데도 많고 삼끼 외식하는 날도 있고, 또 그러니 피곤해서 택시를 타고. 집에 오면 허해서 책을 온라인으로 18만원치나 사고.. 다 어디서 본 레파토리인데. 결국 빵꾸가 나서 비상금 100만원 계좌를 깼다. 이번 달 생활비가 빵꾸면 다음 달도 불안정 하기 때문에,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 병원비는 이해할 수 있지만, 또 책이나 배달음식을 줄이지 못했다는 게 힘들었다. 한번 살쪘다고 생각하고 나니 갑자기 몸에 맞는 옷을 사야한다고 쇼핑을 거의 6개월만에 했고.
이럴 때도 있는 거야. 그러라고 비상금 모아놓은 거야. 안전망은 내가 직접 만들어 놓았으니 든든하게 준비해놓은 나 자신을 칭찬하자. 애써 말해본다.
쿠팡에서 식료품을 거의 주문하지 않았다. 샐러드도 안시켜 먹고, 라면이랑 햇반으로 때운날도 많다. 이번 달은 스스로 잘 챙겨주지 못한 것 같아서 가계부를 보고 미안해졌다. 그래도 코로나로 재택근무 하는 동안 집에서 감자 깎고, 당근도 볶아서 카레도 직접 만들어 먹기도 하고, 에어프라이어로 만두도 먹고, 고기도 직접 구어먹은날도 있다. 집에서 요리하고 잘 챙겨 먹는 것의 즐거움을 3월 후반부에서 좀 깨닫게 된 것 같다.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다니고, 약을 사고, 검사비를 지불하는 데 생각보다 큰 돈이 나갔다. 몸이 아프면 역시 돈도 많이 나가고 보양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비타민도 사고 패닉상태에 빠지는 것 같다. 영양 실조로 아프다기 보단 휴식이 필요하다는 신호에 가까운 것 같지만... 요즘 Habit Tracker 를 사용해서 유산균이랑 비타민 먹는 걸 매일 챙기고 있다. 수액도 맞았는 데 피로감은 아직 회복 되지 않았다. 잠도 계속 설치고.
생각 보다 요리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재료를 손질하고, 지켜보면서 계속 들춰보고 알맞게 익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한 그릇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전자렌지 2분 돌리고, 10분만에 밥을 먹어치우는 것 보다 1시간은 더 걸리지만 충만감은 비교할 수 없다. 아직 계란, 참치, 김치볶음, 소세지 볶음 정도지만, 요리라고 하기도 민망하지만 직접 지글지글 뭔가를 해먹는다는 것 만으로도 내가 나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 움직이는 구나.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텀블벅 펀딩으로 "왈이의 마음단련장"에 다녀왔다. 하루 동안 마음에 베이스캠프 짓기하는 워크샵. 일요일에 집을 나설까 말까 계속 고민을 하다가 마스크를 쓰고 402번 버스를 타고, 한남대교를 건너 남산 자락의 버스 정류장에서 내렸다. 집에 있던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하늘색도, 한강에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표면도, 여기저기서 움트고 뾱뾱 솓아나고 있는 잎사귀들을 보면서 경리단 동네에 도착했다. 2018년 가장 힘들 때 내가 살았던 곳. 쾌청한 날에 조용한 골목길을 걸어 초록대문 집을 찾았다.
눈물나게 평화로운 공간이었다. 안전한 곳에서 숨에 집중하는 경험, 나는 지금 어떤 상태인지 마음체크인을 하면서 "잘 살고 싶은 마음"을 다독일 수 있었다. 파도에 휩쓸려서 살다가 내가 사라진 것 같은 기분에 힘들었는데, 내 발밑에 판자조각 하나 붙들고 있을 쉼터 하나가 생긴 기분이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떤 상태인지,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 바라 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었는데. 아니, 필요한지도 몰랐었는데.
그랬구나, 내가 알아줄게. 괜찮아.
“우리는 보고 느끼기 위해 태어났다. 그 밖에 꼭 무엇이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움에 몰입하고 감동할 줄 아는 영혼을 가지고 우리는 이곳에 왔으며, 그 몰입과 감동이 삶의 문제들을 극복하고 인생을 살아 나가게 하는 힘이다. 하버드대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는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배경이나 환경이 아니라 일상의 순간에 대한 집중도’라고 말했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왈이의 온라인 명상 클래스에서, 오늘 아침 공유해준 글귀 (2020.04.02)
>>> 잘산거 top 3
1. 온라인 명상 클래스 1달 100,000원
일요일 수업을 다녀오고 나서 바로 등록했다. 아침 8시, 30분 명상을 한다. 그리고 오늘의 매듭짓기라는 명상 기록을 남긴다. 나는 지금 어떤지 알아주는 시간을 가지니 여기서 철썩, 저기서 철썩, 부침이 많은 일상생활에서 조금이라도 더 단단한 사람이 된 것 같다. 아니면 유연한사람.
2. 스페인어 수업 54,199원
금요일 마다 선생님과 스페인어 회화 수업을 한다. 온라인으로 하는 화상수업인데 일주일에 스페인어 기사를 1편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근황토크 하다보면 40분이 지나가있기도 한다. 스페인어를 일상적으로 안쓴지 3년이 넘어가다 보니 아직 자유롭진 않지만, 그래도 재밌다.
3. 직접 가서 산 유니클로 바지 등 230,000원
날씨는 따듯한데 바지가 꽉끼어서 (슬프다) 자리에 오래 앉아 일하기 불편해서 다녀왔다. 린넨 바지, 카고바지, 2way 정장바지를 샀다. 든든하다. 여름에도 에어컨을 트니까 사실상 겨울이 다시 오기전까지 입어도 되지 않을까? 너무 편해서 자주 입는 dry ex 운동바지도 구입했다. 해외 여행갈때 꼭 챙겨가고 비행기에서 입는 바지인데 보풀이 잘나서 오래 앉아있을 때 입기는 불편하다. 대신 외부에 활동이 많은 날엔 딱!
벼룩시장 2개 했던 비용 16만원만 쓰려고 했는데 유니클로 르메르에 정신팔려서 돈을 더 써버렸다. 하지만 행복감 & 만족도가 높아서 잘산 소비에.
>>> 최악의 소비 top3
1. 유니클로 온라인 쇼핑몰 135,700원
직접 가서 산게 마음에 들었는지, 미련이 남아서 유니클로 온라인으로 또 주어담았다. 처참히 실패.. 그래도 찰랑거리는 슬랙스랑 티셔츠 2개는 마음에 들었다. 나머지는 반품. 몸매가 변할 때 마다 스트레스 받아서 옷을 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2.밋업 50,469원
밋업 기획해보려고 덜컥 만들었는데, 코로나로 옴싹달싹 할 수가 없어 무용지물이 되었다. 회사에서 압박도 있고 외부 활동을 활발하게 하기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카카오 프로젝트 100으로 바쁘다. 그리고 이미 충분히 행복하다. 좀 더 계획성있게 준비할걸, 돈부터 쓰고 보는 습관이네.
3. 영어수업 70,000원
회사에서 영어수업 지원비를 3월 14일부로 끊었다. 일시적인 혜택인건 알고 있었지만.
어쨌든 수업을 통해 배운것, 교정한 것은 많지 않지만 큰 교훈을 얻었다.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오히려 명료한 생각을 하고, 어떤 말을 할지 정리하고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스킬이 필요하다. 영어의 장애물은 없다고 생각하고 갈고 닦아야 하는데, 선생님이나 확실하지 않은 전문가에게 돈쓰지 말고 인정해야 한다. 내가 직접 해야 는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