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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진킴 Jan 16. 2021

2020년 연말 결산

느지막히 쓰는 작년, 고마운 이야기 


헝가리에서 산책하다가, 호수 위로 늘어뜨린 나무 사이로 비치는 볕뉘가 눈물나게 예뻐서 찍은 사진 



1. 많은 일이 일어났고, 그만큼 유연해졌다. 


2020년에 삶이 출렁인 사람이 많다. 갑작스러운 실직에 받았던 1달치 월급으로 노트북과 아이패드를 사고, 책을 100권 이상 샀다. 갑작스럽게 헤어졌고, 내 돈을 주고 하루만에 반포장 이사를 해보기도 했다. 상담과 명상에 돈을 처음으로 써봤다. 그리고 헝가리에 다녀왔다. 커리어, 관계, 미래 계획, 예측가능한 세계에 대한 안온함이 어느날 갑자기 흔들리기도 하는 구나. 그렇다고 해서 내가 끝장 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든 나다운 길을 찾아서 벗어날 수 있구나. 많은 일이 일어났고, 나는 생각보다 강하구나. 스스로를 믿게 되었다. 



흉터 

-네이이라 와히드


흉터가 되라. 

어떤 것을 살아 낸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2. 김혜진 장학금을 시작했다. 


2020년 꾸준히 가계부를 쓰고, 예산을 조정하고, 자산부채흐름표를 기록해나갔다. 대출을 상환했고, 연금상품에 가입했고, 실비 보험을 들었다. 월말 가계부 정산 모임을 만들었고, 경제와 금융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자기계발비'는 새로운 이름표를 주었다: 김혜진 장학금. 결과가 어떠하든 꾸준히 발휘했으면 하는 나의 재능인 호기심을 지원하기 위해서 매달 30만원씩 모아서, 분기마다 90만원을 준다. 1년에 360만원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가입하고, 모임을 시작하고, 워크샵에 참여하고, 책을 산다. 무엇이든 온전히 좋아하고, 나를 키워볼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주는 장학금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무엇을 도전하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궁금하다. 스스로를 아낌없이 지원해주고 싶다. 


성공이란 당신 자신, 당신이 하는 일, 그 일을 하는 방식을 좋아하는 것이다. - 마야 앤젤루



3. 나는 2019년보다 나에게 더 친절했다. 더 많이 고마워했다. 완벽하진 않지만 멋진점도 많은 내가 마음에 든다.  


헝가리에서 한국으로 귀국후 2주간 자가격리를 했다. 비상약을 넣어두었던 선반부터, 서울에 처음 왔을 때 마트에서 샀던 수저세트, 아까워서 상자에 다시 넣어둔 옷들까지 정리했다. 내가 지내는 공간, 나의 물건,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 가족들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정말 감사하다. 지금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다. 


나는 삶을 사랑해. 

비록

여기

이러한 

삶일지라도. 


-마그리트 뒤라스의 마지막 저서에 실린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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