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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진킴 Feb 14. 2021

1월: 이대로, 괜찮아

겨울 딸기와 천혜향을 실컷 먹은 부산에서의 1월 


부산에서 보내는 겨울 


한국 온지 벌써 두달이나 되었다는게 믿기지 않는다. 여전히 서울에 있는 집에서 충분히 쉬지 못했고, 내가 자주 입고 사용하는 물건들을 만지지 못하고, 친구들을 만나거나 돌아다니는 것도 어려워 Zoom이나 카카오톡으로 소통한다. 헝가리나 마찬가지다. 회사 숙소에서 사는 것보다 부모님 집에서 지내는게 더 힘들다는 건 아이러니지만.. 부모님 집에 있으면서 식료품이나 교통비를 하나도 지출하고 있지 않는데도 이상하게 돈이 모이진 않는다. 저녁 외출 한 번과 2박 3일 여행을 다녀왔는데 벌써 30만원을 넘겼다. 매번 사용하는 상담비랑 모임/콘텐츠/책 구입비를 합치면 별다른 특수지출이 없어도 100만원이 뚝딱이다. 캥거루로 살다 보면 돈도 잘 모으고, 한달에 30만원~50만원으로 산다고... 카페나 블로그에 올린 20-30대의 정체가 궁금하다. 나도 책 한권 안사고, 상담을 안 받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근데 책이랑 상담없이 내가 부산에서 버틸 수 있을진 모르겠다. 


재무상담도 그렇고 심리상담도 그렇고 부모님과의 관계, 나를 둘러싼 경제적 사회적 문제적 환경에 대해 꼭 이야기를 해야하는 구간이 나온다. 내가 돈벌고 지출하는 습관에 부모님 이야기를 왜 물어보는지 당황스럽기도 하고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지나보니 정말 중요한 열쇠 중에 하나다. 작년에 금융 문맹에서 탈출하겠다고 책도 읽고, 이런 저런 공부를 하면서 나의 경제교육을 돌아보면서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다. 사실 빚으로 허덕이지 않고 불안감 없이 고등학교 까지 마치게 해준 것 만으로도 감사를 드려야 하는데도. 내가 가진 것,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자원과 도움을 인정하는 것도 힘들다. 더 많이 받고, 더 많은 것을 가지고, 더 유리해 보이는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면서 좌절하기만 했다. 


부모님의 경제 습관과 살림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근데 가족이 도와 줄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부모님이 평안하고 안전하길 바라는 마음 만큼이나, 지금 건강하실 때 대비를 잘 못하셨다가 나중에 목돈이 필요하거나 재정에 구멍이 생겼을 때 내가 발목잡힐 까봐 두려운 마음도 있다. 사실 후자가 더 큰 것 같고 이런 내가 이기적인 것 같아서 죄책감도 느껴진다. 실상 부모님의 노후를 위한 대비랄까, 비용이나 들어갈 에너지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으니까. 


부모님과 담백하고 투명하게 재정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나는 우리 가족 모두가 안전했으면 좋겠다. 더 큰 돈을 벌어야 한다거나, XX에 지금 투자를 해야한다는 마음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건강하게 생활하고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 한정된 시간과 자산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분석해본다는 측면에서. 돈먹는 하마가 된 주택과 정원을 보면서 나는 기쁨보다 가격표만 보이는데... 그런 지출은 제대로 계획이 되어 있는건지 걱정이 많이 된다. 한 분은 올해 부터 연금 생활자인데 연금 70%가 두분의 보험료로 나가고 있고, 개인 연금은 따로 안드셨고, 따로 적금해놓은 것도 없다. 


장녀라서 이런가? 근데 꼭 장녀만 이런 고민해야하나? 내가 사서 지옥으로 걸어들어가는 걸까? 근데 아무런 조치도 안취해보고 이대로 지켜보고만 있다가 나중에 후회하면 어쩌지? 부모님들이 자식의 경제 교육에 대한 콘텐츠는 많은데, 거꾸로 밀레니얼이 유래없이 '긴' 노후를 앞두고 있는 은퇴한 부모님을 상대로 한 콘텐츠는 없을까... 


개인적으로 부모님과 중학교 이후로 제대로 보낸지 오랜만이기도 하고, 성인이 되고 나서는 계속 외국을 돌아다녔으니 명절에도 얼굴을 보기 어려웠다. 오래되서 괜찮은 줄 알았던 상처가 터지기도 하고, 서로를 더 잘 알아가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어긋나있던 시간이 지금 여기로 돌아오는 느낌이다. 더 늦기전에 부모님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하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고 서울에 있는 집에 가고 싶은 마음 밖에 없었는데, 설날에 마당 잔디를 손질하다가 문득 이 시간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니 경험공유회를 했다 


1월 말에 월말 정산 모임을 하고 바로 브런치에 정산일기를 썼어야 했는데, 미니 경험공유회 준비하느랴 계속 미뤘다. 경험공유회 끝나고 나서는 일도 많고 연휴라서 계속 또 미루고. 시차가 좀 있어서 걱정했는데 1월 가계부 내용을 정리하고, 매주 썼던 주간회고랑 머니로그도 읽어보니 그 나름대로 좋았다. 


가계부를 내 삶의 타임캡슐처럼 보니 내가 쓰는 돈에 담겨있는 '바람'을 읽어주고, 그때 감정이 어땠는지 반추해보면서 스스로를 친절하게 대할 수 있다. 내가 버는 돈, 쓰는 돈,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돈에 대해서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다. 


미니경험공유회를 준비하면서 정말 2년 동안 큰 변화가 있었고, 이 일을 내가 해냈다는게 사실 믿기지 않는다. 한달 100만원도 벅찼는데, 비상금도 넣고 적금도 만기해보고 대출도 상환하고... 무엇보다 습관을 만들고, 마인드풀한 소비가 가능해졌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내가 나를 미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내가 쓰는 돈이 나를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매번 새삼스럽게 느끼고, 모든 주어진 기회와 환경에 감사한 마음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 


올해는 좀 더 객관적인 지표를 정리해서 보기 좋도록 가계부 소프트웨어를 사용해보려고 한다. 엑셀 계산실수도 많이하고 시각화가 어렵다 보니, 대시보드 형식으로 정리해주는 '후잉' 가계부로 보완할 예정이다. 2월 월간 정산 전에 옮기는 것이 목표인데 3월 1일 휴일에 날 잡아서 하는 것으로 해야겠다. 하나씩 차곡 차곡 하면 되니까. 서두르지말고 내 속도 대로. 


체질개선 프로젝트라고 부제를 붙이면서 다른 뉴먼들도 용기를 얻길 바랬다. 누구는 지금 XX억을 모았다더라에 흔들리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주고 한걸음씩 나아가는 힘을 느꼈으면 좋겠다. 나도 엄청나게 비장한 시스템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주식을 했다거나 투자를 하지 않았다. 수입을 늘리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과거와 미래로 흩어져있던 돈의 흐름에 명확하게 방향을 정해줬다. 지금, 여기에 있는 나에게 도움이 되고 필요한지. 앞으로 내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방식으로 이끄는 방향인지. 


대출이나 신용카드 빚을 두려워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도 이야기하고 싶다. 이대로, 괜찮다고. 일단 다 끄내서 한번 살펴보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고. 그 과정에서 나를 보호하고 챙겨줘야한다는걸 기억하면서. 우리 존재 파이팅! 



Best 소비 3 

1. 서면 바오하우스에서 저녁 식사 58,000원 

좋아하는 언니와 오랜만에 이야기하며 하이볼도 먹고, 내가 너무 좋아하는 중국음식도. 또 가고 싶다 


2. 윈키아 플래너 39,600원 

결국 정착했다. 비싸서 다른 싼 대안 찾다가 버린 시간과 돈이 아깝다... 그냥 충성할게요! 


3. 아티스트웨이 2권 30,000원 

해보니까 좋아서 어머니와 동생에게도 선물했다. 큰이모랑 작은이모에게도 선물했다. 우리집 여자들이 평안해지면 좋겠다. 


Worst 소비 3 

1. 맥도날드 9,800원 

급하게 챙겨먹은 저녁인데 정말 맛이 없었다. 패스트푸드는 이제 안녕 


2. 에뒤드 파운데이션과 아이라이너 27,900원 

마스크 때문에 화장 안한지 오래 되었는데 괜히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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