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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진킴 Mar 03. 2021

2월: 사자귀신 빙의

이럴 때도 있나 봅니다... 


1년 책구입비 예산 30만원 초과 

올 해를 열면서 굳게 결심한 것 중 하나는 책을 더 이상 사지 않겠다 였다. 


1월 1일이 되자 마자 이 결심은 바껴서, 그렇다면 연말정산에서 인정해주는 도서문화공연 100만원 한도 안에서만 구입하는 걸로 하자. 일 년에 100만원 이상 쓰지 않겠다. 그리고 모든 목록을 기록하면서 실제로 얼마나 읽고 있는지, 내가 돈을 쓰는 만큼 가치를 얻고 있는지 체크하겠다로 바꼈다. 


2월 28일, 정산을 해보니 예산 30만원 초과되었다. 아직 12개월 중에 2개월 밖에 안지났는데.. 큰일 났다. 나름대로 신경쓰면서 고르고 고른다고 생각했는데 2월에 모종의 이유에 의해서 '에라, 그냥 갖고 싶은 책 다 사' 모드로 바뀌면서 한도 초과가 된 것 


책을 왜 사면 안될까? 


1. 책을 사면 좋은 이유 

- 책을 사면 어디든지 들고 다닐 수 있고, 잠깐 읽으려고 생각만 하는게 아니라 집안 어디에서나 마주치기 때문에 '읽고싶다'라는 생각의 환기가 더 자주 일어난다.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책들을 그때 그때 꺼내서 비교해서 보기도 좋다. 

- 내 책이라서 밑줄도 그을 수 있고 하이라이터도 마음껏 칠할 수 있다. 심지어 '귀접이'도 가능하다. 

- 마음편하게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주며 책을 선물하기도 좋다. 

- 나중에 읽을 책이 많아서 좋다. 

- 책이 예쁘다. 

-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다. 

- 읽었는데 너무 좋았던 책이라 소장하고 싶다. (다시 읽기 편하라고) 

- 안그래도 어렵다는 출판업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도 한다. 


2. But

- 흑흑... 다 좋은 이유지만 올해 저금하기로 한 목표가 빡세서 그런지 책을 사버리면 상담비용은 비상금에서 사게되고, 다른 강의를 듣거나 모임을 나갈 예산이 없어진다. 모아두었던 비상금은 말그대로 비상금인데 계속 야금야금 써버리니 정말 비상상황일 때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 책말고 다른 것도 사는게 더 문제일 수도 있다. 

이제까지 참아왔던 책을 그냥 사고 있으니, 이때다 싶어서 봇물처럼 터져나온게 '반지', '애플', '안경'이다... 난 방금 전에 애플에서 필요한 것들, 미뤄두고 있던 것들을 와르르 주문하고 와버렸다. 있으면 좋지만 그렇게 싸진 않기 때문에 참고 있었던 대표적인 물품들인데, 한꺼번에 다 사버렸다. 사실 사면 좋고, 내 안목도 마음에 들고, 가격을 떠나서 정말 만족스럽다. 문제는 '한꺼번에' 산다는 거다. 계획없이. 모아둔 돈을 다 털어서... 다행이도 할부를 할 수 있는 신용카드가 없기 때문에 예전처럼 구멍이 나진 않지만, 갑자기 허탈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참 어렵다. 


-저축목표가 비현실적으로 높을 수도 있다. 

돈을 모아야 뭐라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능한 최대치'를 저축하게끔 잡아놓아서 여유 -> 안정적 -> 겨우 기본만 살 수 있는 정도까지 졸라맨다는 느낌이 든다. 커피 한잔을 사먹을 때 고민하고, 집이나 사무실에서 카누를 타먹는건 좋지만... 새로나온 책을 살까 말까 고민할 땐 정말 괴롭다. 지금 아이팟을 잃어버린지 5개월 정도 되었는데 너무너무 불편하다. 


3. 액션플랜 


- 돈 묶기 

우선 1년 적금 만기로 탄 금액이 비상금 계좌에 있으니까 그 많은 돈을 다 써도 되는 것 처럼 느껴지고, 더 크게는 네이버페이와 연결된 네이버통장이라 돈을 꺼내 쓰는게 너무 쉽다. 


- 돈에게 자리 정해주기 

나는 돈을 모아서 그래서 뭘 하고 싶은걸까?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봐야겠다. 막연하게 집... 떠올렸다가 턱도 없다는 생각에 자잘하지만, 알고보면 큰 단위인 100만원 단위로 계속 지르는게 아닐까. 사실 그 100만원 모으기 참 어려웠는데. 굵직하게 나간 안경/ 인테리어 용품/ 피부과/ 애플 용품들도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투자를 시작하자 

그래야 1만원 버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지.. 어쩐지 월급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다시 해이해지고, 이 기간이 영원할 것만 같아서 계속 쫌쫌따리로 돈을 쓰고 싶어진다. 일시적인 것, 직장은 나의 일이 아니고 보장되지 않는 다는 것을 잊지 말자. 


-책 블로그 계속쓰기 

내가 산책을 #오늘산책, 매일 북클럽에 인증하는 읽은 책과 감상을 #오늘읽은책으로 올리고 있다. 정말 얻는게 많다면, 그렇게 매일매일 즐거움을 느끼고 배우고 있다면, 이렇게 많은 책을 산게 나쁜게 아니다. 정말 그런지 아닌지는 해봐야 알 것 같다. 내가 책을 '읽는 걸' 좋아하는지, '사는 걸' 좋아하는지. 




Best 소비 3 >>>


1. 아이패드 종이느낌 필름 25,900원 

아이패드 결국 어머니에게 새로 사드리기로 하고, 아이패드를 다시 가지고 왔다. 종이느낌이 나는 필름지를 붙이고 나서 메모하는 것도 정말 편하고, 눈도 편하고, 자주 쓰던 어플도 다 깔아놓고... 굿노트와 리퀴드 텍스트도 더 자주 사용하고 좋다. 


2. 코스에서 산 옷들 750,000원  

오랜만에 코스에 가서 옷을 샀다. 1년 만이다. 데님 바지, 셔츠 원피스, 하얀색 셔츠, 상의, 정장 바지 하나 샀다. 마음에 든다! 직접 가서 입어보고 사면 확실히 내 몸에 잘 맞고, 지금 계절에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들과 믹스해서 잘 입을 수 있다. 


3. 피부과 여드름 치료 1,290,000원

시술 받은지 4일정도 지났는데, 이렇게 금방 좋아질 수 있는데 의학의 힘을 안 빌렸다는 데 화가 날 정도다... 끙끙되지 말고 생활습관을 바꾸고, 약도 처방받고, 시술을 받자. 1달 동안 사이클로 관리 받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카드사 할부로 12개월하지 않고 모아둔 돈으로 바로 현금결제하고 현금영수증한 나 자신 칭찬해.  


Worst 소비 3 >>>


1. 다노 3개월권 257,000원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우연히 단톡방에서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충동구매한 3개월권. 나에게 필요한 건 건강한 생활습관과 루틴인데 좋은 자극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막상 앱에서 판매 탭 & 결혼준비로 몸매 인증하는 여자들의 인증사진에 질려버림... +) 스트레칭 동영상보다 현재 무료로 사용하고 있는 요가 & HIIT 운동 프로그램이 더 좋아서 고민끝에 환불했다 


2. 2권을 사버린 Hillary Mantel 책 17,600원 

시리즈를 사야하는데 제 2권, 제 3권을 주문한게 아니라 두번째 책만 2권을 샀다. 

그리고 소장하고 있는 제1권과 모두 판본도 다르다. 흑흑흑 


3. 최대리 전산회계 1급 강의 99,000원

겸사겸사.. 내 생에 자격증 한번 공부해보자 싶어서 친구랑 시작했는데 짧은 회계 원리 강의+ 소책자는 좋았지만, 자격증 시험까지 내가 칠 수 있을까? 고민된다... 일단 4월 시험은 못치지만 6월껀 가능할지도. 확실한 계획이 없는데 덜컥 지른거라 아쉽다. 앞으로 좀 더 신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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