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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진킴 May 06. 2021

4월: 위태로운 한 달

마구 흔들렸던 소비 관리

가계부에 구멍이 생겼다 


이번 달 정산을 하면서 당황했다. 통장에 남은 돈과 가계부상 금액이 맞지 않았다. 이번 달에는 소소한 당근과 벼룩을 통해서 100만원 가량의 현금 부수입이 있었는데, 가계부에 기록하지 않고 70만원 정도 홀라당 써버린 것이다. 


생각해보면 학교 교재 제본한 3만원이나, 동생과 짜장면 시켜먹은 2만원 같은 소소한 항목은 기록하지 않았다는건 기억난다. 근데 이렇게 큰 금액이 그냥 사라졌다는 것이 너무 허탈했다. 돈이 도망가진 않았을 테니 내가 썼는데, 어디다 썼는지 기록하지 않았다는 말이겠지?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한 것 같아 착잡했다. 마음 속 이중 장부를 쓰면서 가계부 상으로는 지출이 많이 줄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참 부끄러웠다. 


아끼려는 마음은 좋지만, 내가 필요한데 쓰고, 나를 즐겁기 위해서, 내가 번 돈을 쓰는데 죄책감을 가지고 싶지 않다. 요즘 절약 & 소비 컨트롤 관련된 컨텐츠에 노출되면서 월 30만원으로 생활하는 사람들과 나를 비교한 것 같다. 그래서 최대한 조여야 한다고 생각하면 할 수록 반항심이 들기도 했고, 마음이 삐죽삐죽했다. 


스스로 어떻게 보는지와 다르게, 전체 자산부채흐름표를 보면 착실하게 순자산을 쌓아나가고 있는데. 조금이라도 더 빨리 모으고 싶어서, 나도 여유돈이라는걸 만들어서 투자를 시작해보고 싶어서 조급해졌나보다. 


작심삼일 이벤트로 16,000원을 받기는 물건너 갔지만, 100일 챌린지로 시작한 #소비일기 연재를 블로그에 시작했다. 나를 잘 관찰하고 있는데로 인정해주고 마음을 헤아려보는 것이 목표다. 나를 다그치거나 혼내지 않기, 약속! 



벼룩시장을 했다 

이번 달은 중간고사가 있었고,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나는 집청소를 시작했다. 


미루기 최고봉은 주변 정리, 창고 청소, 집안 가구 재배치 아니겠습니까. 


댄스 아카데미 다니고, 공연 준비하던 때 한참 입었던 옷들과, 지금은 불가사의하기 짝이없는 xs 사이즈의 옷들을 5000원~2만원에 팔았다. 3일간만 판매했고, 팔리지 않은 옷들은 모두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했다. 38만원 정도 기부영수증을 발급받았다. 


 허리가 안맞아서 못입는 A.P.C 청바지, 여름에 입고다녔는데 지금은 너무 짧은 Acne 원피스, 한참 미쳐있었던 아베크롬비와 홀리스터 옷들... 힙을 강조한다며 프레디진에서 깔별로, 시리즈별로 샀던 청바지들.. 색깔별로 사서 모셔놓기만 했던 아메리칸 어패럴 원피스들.. 문닫기전에 뉴욕 스토어에서 쓸어담듯이 했던 옷들을 모두 눈 딱감고 기부상자에 넣었다. 


구두, 잘 안맞아서 불편한데도 산지 얼마안되서 나두었던 운동화와 부츠도 모두 보냈다. 


뒤늦게 벼룩을 사고 싶다고 연락오신 분들이 있었지만, 이미 기부를 보내버렸다. 20대 후반의 나를 떠나보내는 느낌이었다. 어쨌든 지금 나에게는 '이제 들어가지 않을 만큼 살이 쪘네', '이렇게 드레스업하고 hangout 할일이 있을까' 라던지 씁쓸한 감정만 주는 과거의 잔재였기 때문에 잘 보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만든 100만원을 투자하는데 썼으면 좋으련만, 가계부에도 남지 않고 어디론가 홀라당 써버렸다.   



주택청약금을 조정하고, 저축금액을 조정했다 

20대때 100만원이 되면 무조건 깨서 적금처럼 썼던 주택청약통장을 제대로 넣기 시작한지 8개월 정도 되었다. 청약은 이미 포기하고 있었는데, 15년 - 20년 후에는 민간 청약이라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10만원씩 넣어보기로 했다. 


저축금액에서 20만원을 줄였다. 주택청약 10만원, 보험비 12만원을 생활비 예산에서 빼다보니 항상 허덕인다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IRP에 넣으려고 예정했던 20만원을 고정비 통장에서 사용하고 있다. 마침 5월에 기여비 항목으로 선물 구입에 들어갈 일이 있어서 잘한 결정이라고 느낀다. 


비상금에 고삐가 풀린건 어머니를 위해 아이패드를 샀던 순간인것 같았다. 처음에는 내가 쓰던 패드를 드렸다가 학교생활에 필요해서 다시 가져갔는데, 그게 섭섭하셨던거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신형을 사드린다고 했고 그 자리에서 비상금 통장에서 150만원을 끄내서 구입했다. 


한 달이 지났는데, 본가 서재 책상에 박스채로 그대로 있는걸 보고 피가 차게 식었다... 

나에겐 큰 돈이었고, 섭섭해하시고 앞으로 쓰고 싶다고 하시길래 비싼 제품을 사드린건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타블렛 형태만 있는 구형 아이패드나 갤럭시 탭 최저가형을 사드렸어도 '박스채'로 있으면 똑같은거 아닌가? 

어머니의 행동 패턴상 1년 정도 묵혀놨다가 우연히 발견한 이웃이나 지인처럼, 전혀 상관없는 사람에게 선물이랍시고 그냥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짜증이 치밀었다. 


나에겐 그 150만원을 모으기 위해서 정말 오랜시간동안 지출을 조율해가며, 이렇게 가계부가 출렁거리고 마음이 들쑥날쑥해도 다 잡아가면서 어렵게 쌓아온건데. 그걸 어머니 말 한마디에 허물어서 턱 - 물건을 사준 과거의 나도 화가 나고, 기껏 사드린 제품에 1도 관심이 없는 어머니에게 화가 난다. 


앞으로 내 돈에 있어서 철저하게 내가 중심이 되어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계획에 없는 지출은 두고두고 고민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무엇을 사고 나에게 남는게 뭔가? 


어머니가 섭섭해하니 죄책감이 들어, 사과를하고 나에게 정말 필요해서 다시 가져가는거니 진짜 필요하시면 이야기하라 이렇게 말을 하면 되는데, '그럼 그냥 새걸로 다시 사드릴게요' 방향으로 빗나가버렸으니까. 남는건 죄책감, 배신감, 스스로에 대한 분노, 텅빈 잔고 뿐이다. 


2021년 결산 일기를 보면서 부모와의 관계가 자산 형성에 큰 영향을 준다는걸 계속 깨닫고 있다. 장녀스러움을 내버려두고, 정서적 & 경제적 독립을 하고 싶다. 



Best 소비 3 >>>

1. 와글교 글쓰기 교실 참여 보증금 10,000원 

글쓰기 동료들을 만났다. 최고의 1만원. 


2. 유니클로 u 수트 세트 70,000원 

옷은 안사려고 했는데... 한 번 입어보고 안살 수가 없었다. 별 고민없이도 나에게 잘 맞고, 단정한 한 벌이 있으니 다른 옷 생각도 안들고 몸매에 대한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 이번 달에는 운동을 시작했다. 식이조절과 함께 여름 옷 입기 프로젝트.. 도전..!! 


3. 아보카도 병아리콩 샐러드 11,000원 

점심 시간이 1시간 30분이라 운동을 하고 간단히 샤워를 하고, 간단한 음식을 사서 먹을 시간이 된다. 5천원 넘는 샐러드는 가격때문에 부담스러워서 안사는데 그날은 건강한 음식이 먹고 싶어서 아보카도와 병아리콩이 가득한 샐러드를 샀고, 대 만족!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사먹어도 좋을 것 같다. 밀 프렙을 통해서 도시락을 싸가는 습관도 만들어보려고 한다. 


Worst 소비 3 >>>

1. 해피머니 상품권 136,000원

어디서 들은건 있어가지고.. 상품권을 %할인 구입 -> 캐시 충전 -> 앱 결제를 통해 %할인 혜택을 받아 교보문고에서 책을 사려고 했다. 

근데 캐시 충전할 때 8% 수수료가 떼이는걸..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워낙 부정사용이 많아 핸드폰 인증만 10번 넘게 시도하고, 고객센터 전화도 하고, 한 나절을 짜증스럽게 보냈는데 결국 돈도 잃었다. 앞으로 살거면 그냥 사고, 너무 집착하지 말아야겠다.. 사실 4만원 짜리 책 한권을 사려다가 할인 받을 생각에 15만원을 떠올린거니까. 후회, 대 후회, 후회 x10000... 


2. 오늘의 집 카페트 139,000원 + 이케아 서랍장과 공구세트 3종 147,000원 

사놓고 집을 정돈하고 가구를 조립할 여유가 없어 방치상태다. 

인테리어도 결국 인스타 욕망.. 같은 라이프스타일 '낭비'라는 생각에 한껏 부끄러워지고 나선 

사놓은 것에도 시들해져버렸다. 


3. 카라 20,000원

마찬가지로 꽃집에서 샀는데 제대로 키우질 못해 며칠만에 흉측하게 시들어 죽어버렸다. 식물도 생각보다 비싸고 관리도 해줘야한다... 돈만 쓴다고 다가 아닌데, 후회 x 후회 x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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