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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빌 언덕 Jul 16. 2016

내 감정을 보살핀다는 건

감정이 일하게 두세요

감정을 호사시킨다고 감정이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다.

감정이 제 스스로 일하게 놔두어야 한다.


우리의 감정이 상했을 때 그 감정을 다독이기 위해서 쇼핑을 한다던지, 누구 흉을 본다던지, 회사에 멋지게 사직서를 쓰고 나온다던지 하는 것으로는 잠시 감정의 눈물을 멈추게 할 수는 있겠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우리의 감정은 더 어리고 미숙하고 나약한 것이 되고 만다.


그럴듯한 쉬운 액션으로 감정의 불꽃을 서둘러 꺼버리는 것은 감정의 기능을 방해하는 일이다. 감정의 영토를 좁게 만드는 일이다.


때로 마음을 거두어들이고 자기만의 세계로 도망갈 수도 있다. 세상 누구보다 자기가 자신을 가장 사랑하며, 혼자만의 자기애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나를 사랑하는 데 골몰하면,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기회를 주지 못한다.


자기애는 자기를 치료하지 못한다


우리는 감정이 자기 스스로 일하게 두어야 한다.


감정은 보살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반대로 우리를 보살펴 주기 위해 마음속에 설계된 특별한 장치이다.


우리가 한 아이의 성장을 돕기 위해 당장 그 아이의 필요한 것을 다 들어주기보다는, 비록 실수하고 위험한 상황에 처할지라도 일정하게 뒤따르며 그저 함께 있어주고, 또 말없이 바라봐주는 것처럼


우리의 감정이 때로 극단에 치우치고, 요동치고 성을 내며, 벼랑길을 달려가는 자동차와 같을지라도,


감정의 뒤편에서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아주는 또 다른 시선을 만들라.


우리의 감정이 그렇게 요란한 것은 우리의 감정을 알리기 위함이고, 그것을 계기로 타인과 손을 잡게 하기 위함이며, 정말 중요한 핵심적인 문제들을 꺼내보이기 위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격렬한 감정이 고비를 지나 조금씩 지나가고, 숨을 고르며 마음이 차분해지는 그 순간이 바로 우리가 가장 마음에 집중해야 하는 순간이다.


쳐들어오는 파도에만 놀라지 말고, 말없이 빠져나가는 썰물의 모습에 경탄할 줄 알아야 한다. 감정이 잦아들며 다시 평온한 모습을 찾아가는 그 시간은 그만큼 감정이 일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맞이할 수 있는 순간이다.


마음이 차분히 잦아드는 그 느낌을 우리는 잘 기억해 두어야 한다. 그 순간을 가장 경탄해야 한다.


그래서 언제든지 우리 마음이 요동치더라도,


큰 물결이 불필요한 것들을 다 쓸고 가듯이 우리의 감정이 마음을 휩쓸고 지나간 다음에는 오히려 정말 필요한 것들만 남아있게 되는 것임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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