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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쏠이 Mar 25. 2024

내가 몸이라는 착각

03. 깨어나기 3


 우리는 육체가 아닙니다. 육체는 내 안에 들어있는 일부입니다. 우리는 육체라는 자동차를 타고 지구별에 잠깐 들렀다가 차가 너무 오래되어 폐차를 해야 할 때 즈음 육체를 벗고 다시 떠납니다. 에고는 육체와 나를 동일시하여 마치 내 몸이 나인 것처럼 느끼게 합니다. 에고가 작아질 수 록 몸 껍데기인 피부라는 한계를 지워내고 그 보다 확장된 공간에 대한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마이클 싱어의 [될 일은 된다]에서 마이클은 쉴 새 없이 떠드는 머릿속의 소리를 지켜보며 시끄럽다고 느낍니다. 저에게 처음 깨달음이 시작됐을 때 '나는 생각이 아니라 생각을 지켜보는 자이다.'라는 책의 가르침을 이해하기 위해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떠드는 생각을 멈추게 하기 위해 생각을 지켜보다 보면 처음에는 고요하다 싶더니 몇십 초가 지나면 생각이 떠오릅니다. 저는 그 떠오르는 생각을 지켜보다가 어느새 생각과 동화되어 생각을 지켜보는 자의 감각을 잃어버립니다.


 레스터 레븐슨의 책은 눈을 감고 육체의 느낌을 느껴보게 합니다. 어느 날은 눈을 감고 왼 팔의 에너지를, 어느 날은 오른 종아리를 느껴봅니다. 이러한 일련의 의식 확장 수행을 통해 나는 내 육체도 아니고 내 생각도 아닌 이 모든 것을 품고 있는 자. 이 모든 것을 아무런 판단 없이 그저 지켜보는 자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러한 체험을 통해서 저는 감정에 동화되어 화가 나고 슬플 때가 있어도 그 감정과 동화되었다가 바로 그 감정을 지켜보는 자가 됩니다. 몇 년 전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 일어나 방 안에서 꺽꺽 운 적 이 있습니다. 그때는 그 상황이 너무 고통스러워 몇 날 며칠을 슬픈 감정에 동화되어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울고 있던 도중, 어느샌가 울고 있는 제 모습을 제삼자가 된 것처럼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그 느낌은 가슴이 찢어질 듯한 고통에서 벗어난 아주 평화로운 느낌이었습니다.


 육체, 내가 겪는 일, 생각 모든 것이 내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자 이 모든 것에게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많은 관념 속에서 어딘가 부족해 보이던 외모, 왜 내 인생은 이렇게 힘들까 어린 나이부터 겪어야 했던 고통스러운 일, 감정에 휩싸여 부정적인 미래를 걱정하던 생각 모두 저와 함께 고통을 체험하고 사랑을 깨달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반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의식 확장 하기
 저는 평소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봤습니다. 몸으로만 세상을 느꼈습니다. 제가 느끼는 세상의 모습이 육체의 경계밖을 절대 벗어나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우리는 에너지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육체가 나라는 관념은 우리가 세상을 느낄 때도 육체를 이용한 방법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한계 지어왔습니다. 의식확장이 되는 느낌은 눈으로 세상을 보는 느낌이 아니라 몸 밖에 있는 어떤 에너지로 느끼는 느낌입니다. 바딤 젤란드의 [여사제 타프티]에서 당신의 (육체 기준) 내부 중심은 미간이며 외부 중심은 날개 뼈의 뒷 공간에 있다고 했습니다. 저 또한 산책을 하거나 명상을 할 때 날개 뼈 뒤로 20센티 정도 떨어진 공간에서 세상을 느낍니다. 육체에는 오감이 있듯이 해당 부분에서 에너지를 통하여 세상을 느끼는 느낌입니다.
 의식 확장을 위해서는 꾸준한 수련이 필요합니다. 저는 산책을 할 때 음악을 듣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산책을 하면서 느껴지는 모든 것을 외부 중심으로 느껴봅니다. 요리를 할 때 물을 붓고 재료를 썰 때도 눈이 아닌 외부 중심으로 상황을 지켜봅니다. 식사를 할 때는 영상을 보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며 음식의 맛과 느낌에 대해서 느끼려 노력합니다.
 의식 확장은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무의식적으로 어떤 일을 수행하는 것이 아닌, 문을 여는 사소한 동작도 의식적으로 행할 때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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