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버리고 싶은 마음

04. 깨어나기 19

by 쏠이

감정을 느끼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것이다. 감정을 생생하게 느끼는 것은 우리가 물질계로 내려온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만약 당신이 꿈속 세상에서 1만 년을 살고 있다고 해보자. 꿈속에서 귀신에게 쫓기기도 하고 아름다운 환상의 섬에 놀러 가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하고 성관계를 가지기도 하고 이별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과정들이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고 순식간에 180도 변해버리며 1초가 지났는데 1초 전에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고 감정도 그다지 생생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자, 당신은 이렇게 물질계로 내려오게 된 것이다. 기쁠 때는 온몸에 전율이 일고, 소름 돋을 때는 털이 바짝 서는 느낌이 들며, 고통스러울 때는 가슴이 베인 듯 아프고, 성취했을 때는 몸이 둥둥 뜨는 것 같이 생생한 삶. 얼마나 꿈꿔오던 삶인가.

고통이 있어야 쾌락을 느낄 수 있듯이, 긍정적인 감정들은 부정적인 감정이 있기에 존재한다. 그러나 부정적인 감정이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느끼는 것에서 도망쳤다. 그리고 몇몇 감정들은 느껴서는 안 되는 감정으로 취급했다. 바로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 죽고 싶은 마음이다.


이 대응하는 두 감정은 크게 가해자 마음과 피해자 마음으로 정의할 수 있다. 두 감정은 서로가 있기에 존재한다. 김 아무개가 피해자 감정을 10만큼 느끼고 있다는 것은 가해자 감정을 10만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에서는 가해자가 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절대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이 가해자 이기 때문에 여러분 중에 어떠한 사람도 가해자의 입장에 공감하지 않는다. TV에 나오는 범죄자를 보며 '나랑 저 사람은 다른 종의 사람이야.', '저 사람 사이코패스래.'라고 하며 외계인 취급을 한다.


억누른 것은 현실로 창조되어 나타난다. 인정하고 느껴주지 않으면 폭탄이 되어 터져 버린다. 우리는 모두 무의식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친다. 겉으로 보기에는 A가 피해자, B가 가해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무의식에서는 A와 B가 합동으로 사건을 창조하여 감정이 발산되도록 한다. 전 지구가 전체적으로 겪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 원인이 있으며 공동으로 창조한 것이다.


참 나 상태로 존재하며 항상 에고를 관찰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 말처럼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떠한 현상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 지금 이 순간이 아닌 10분 뒤라도 알아차린다면 당신은 깨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에고가 어떤 행동을 하던지 사랑의 눈으로, 판단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그것이 가해자 마음일지라도 가족을 죽이고 싶은 마음일지라도 그 마음을 인정하고 바라본다.


사회에서는 효를 중요시하고 가족 간의 범죄를 있어서는 안 될 일로 보지만 가장 가까운 사이인 가족 간의 관계에서 사건들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겉으로는 돈, 종교, 갈등, 다툼이 원인인 것처럼 보이지만 가족들은 무의식을 공유하면서 언젠간 억눌린 감정을 해소하기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니 어떠한 감정이던지 느껴도 되는 것이다. 오히려 느끼지 않으려고 하면 그것을 느끼도록 하는 현실이 창조된다.


부모님을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 내가 상처받아서 죽어버리고 싶은 마음, 복수하고 싶은 마음 등 모든 마음은 느껴도 되는 것이며 그것을 느낀다고 악한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이것을 느끼는 것이 너무 두려운 사람은 자신이 악한사람이 되어서 버림받을 것 같은 두려움을 느껴주어야 한다.) 사회적으로 너무 강하게 악을 저지하고 억눌렀기 때문에 악으로 보이는 것들이 터져 나오는 사건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 사건을 지켜보는 인류 모두가 함께 고통을 느껴주면서 억눌려 왔던 마음이 해소되며 그 반대인 선이자 사랑의 체험을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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