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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뚜 May 26. 2022

조카가 되었습니다

치매엄마와 사는 이야기

"엄마 나 일 있어서 지난번에 갔던 그 요양원있지?거기 좀 가 계셔야해"

".....이?.......뭐한다고?"

"나 어디가야해서 엄마 못 돌보니까 요양원에 가서 엄마 몇일 있다 오시라고!"


표정을 살폈다.다행히 얼굴이 어두워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그려...."


진짜 알아듣고 대답하는 건지 모르겠다.

확인 겸 말을 이어나갔다.


"엄마, 거기 요양원 괜찮았어?"

"......이.......좋더라...사람..좋더라..."


그때 좋았다고 이번에도 좋으란 법은 없지만 내가 비빌 데는 거기 밖에 없다.큰언니,작은언니들에게 이야기해야 별다른 소득이 없을 것이기때문에 물어보지도 않았다.직장다니는 작은 언니,평생 사이안좋은 형부눈치보느라 엄마를 맡을 수 없는 큰 언니.

오랫만에 아이들과의 일주일넘는 여행을 준비하며 엄마돌봄을 요양원에 부탁했다.가장 고민스러웠던 문제를 해결하고 여행준비는 순조로웠다.


평소 다니던 주간보호센터에는 미리 이야기를 하고 출석하지않았다.어제도 요양원간다고 말을 했는데 영희씨는 아침먹고나서 평소와 다름없이 챙 모자,겨울장갑에 가방까지 둘러매고 센터갈 준비를 마쳤다.젊은 시절엔 그렇게 화장을 하라해도 로션한번을 바르지않아 나하고 참 많이도 싸웠었다.그런데 정신이 희미해져가는 어느 시점부터는 되려 분홍레이스모자에 스카프,안경까지 챙겨서 나간다.꽤 돌봄을 잘 받는 노인의 모습이어서 보호자로서 나쁘지는 않다.

센터에 가는 게 아니라고 하니 처음듣는 말처럼 놀라며 묻는다.


"......이?...."

"지난번 갔던 데 있자나.거기 요양원간다니깐"

"......이...."


오래전 나온 '집으로'영화에서 말귀를 못 알아듣는 할머니에게 짜증내며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어린 손자가 된 느낌이다.


".....엄마...내가 누구야?이름이 뭐야?"

".......몰러....."

"내가 딸이야?손녀야?며느리야?"

".......몰러....."

영희씨는 고개를 떨구고 가로저었다.


두꺼운 겨울장갑 낀 손으로 보행기를 끌고 나온 영희씨를 내 작은 경차에 태웠다.차안으로 올라가려 걸친 영희씨 다리가 힘이 없어 내 팔로 영희씨엉덩이를 받쳐야했다.내 팔에 온 몸을 지탱하고 있는 무게가 느껴졌다.팔힘이 빠지면 영희씨는 그대로 낙상이다.긴장하며 용쓰느라 기진맥진하면서도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져가고 있는 영희씨모습에 울적했다.지난번만해도 엉덩이를 들어주면 차안으로 올라갈 정도는 되었는데.

뒷자리에 영희씨를 태우고 집을 나섰다.아파트화단은 철쭉꽃이 피어 화사했다.꽃구경을 한번 간다간다하면서 올 봄에 공원에라도 못간 게 내내 걸렸다.어쩌면 영희씨의 마지막 봄이 될지도 모르는데.....그렇게되면 난 얼마나 후회를 할까...


"엄마 저기 꽃 피었네.한번 봐봐.이쁘지?"

"....이.....이쁘다...."


요양원가는 길에 잠시 멈춘 길 밖에 샛노란 꽃이 피어있었다.


"엄마, 저어기 꽃 보여?

"......이?.......이......"

"진짜 보여??무슨 색깔인데?"

".......이.....노오란색"


휴우....그러면 그렇지 아직 우리엄마 괜찮아.

안도감에 기분이 좋아져 너스레를 떨었다.


"엄마 잘보여?안경써서 잘보이나?"

"....이....이거...좋은 거여..."


안경은 큰언니가 오래전에 사다 준 것이다.비싸게 준 브랜드라고 했다.영희씨는 이제 누가 언제 사줬는지는 다 잊고 좋은 거라는 거 하나만 기억했다.


요양원은 생각보다 넓었다.이미 원장님과 직원들의 성향은 대략 알고있고 시설이 좁은 게 마음에 좀 걸렸던 터다.햇빛이 내리쬐는 통창앞 자리에 영희씨는 앉혀졌다.침대방과 화장실,거실등을 둘러보고 내가 더 있으면 불편들 할 거 같아 인사하고 나왔다.엄마는 별 생각이 없어보였다.


좁디좁은 오래된 주차장을 천천히 기어나와 도로를 내달렸다.날씨는 기가 막히게좋았다.눈물이 쏟아지기시작했다.여행간다고 엄마를 다른데 맡기고 가는게 무에라고...이렇게 좋은 날에 요양원에 가 있어야하는 영희씨에 대한 안타까움,이렇게 좋은 날 엄마를 맡기고 여행을 가는 나란 사람에 대한 생각이 뒤엉켜 흘러내렸다.


저녁에 요양원에서 문자가 왔다.


'어머니 인지가 지난번과는 확연히 다르시네요.따님가시고 누가 데려다 줬냐고 물으니 조카가 데려다줬다고 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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