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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사한아빠 Feb 19. 2024

퇴사한 아빠의 좌충우돌 성장기 #홀로서기

40대가 되니 한 번쯤은 내 뜻대로 살아보고 싶었다.

 

“내 나이 40살이 되면 내 사업을 하겠다!”라고 이야기해왔었다. 하지만 이것이 내가 편의점에 들러 과자를 하나 구매하는 것처럼 쉽게 실현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저 상징적으로 이 정도 나이가 되면 이렇게 되겠거니라고 상상 속에 넣어둔 나만의 암시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한번 내뱉은 마음과 말을 되돌리지 않았다. 아니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커리어를 시작한 이래, 나는 운이 좋은 쪽에 속하였다. 삼성전자에서 시작해서 KPMG, Coupang을 거쳐  지금 직장까지 꽤 괜찮은 경력을 쌓은, 성공의 반열에 속한 직장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커리어를 쌓으면서 단 하루도 고용보험이 끊어진 날이 없을 만큼 소속이 없으면 내 자신이 부정당하는 것처럼 살아왔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자극했던 것일까?  ‘회사라는 조직은 한 사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라는 명제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3번의 적을 옮기면서 전회사에서 내가 없어서 어려움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단 한 곳도 내공백으로 인해 문제를 겪은 곳은 없었다. 결국 회사라는 조직은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 

 

 그때 나의 마음이 그랬다. 전사를 불사하고 이 전쟁을 이기고야 말겠다고 출사표를 던지는 장수 마냥 “새로운 시작을 위해 조직을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라고 당당하게 고하며 퇴사를 이야기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가장 용기 있는 결정이자 앞으로 어떤 상황을 맞게 될 것인지 전혀 예상이 안 되는 미래로 내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25살과 다를 바 없는 40살


 지금은 교회를 가는 둥 마는 둥 종교란의 기독교인으로 살고 있지만 나는 변방 신학대학교 출신이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교회 안에서 자랐고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당연한 수순으로 목사가 되기를 희망했었다. 중, 고등학교시절 성적이 가장 중요한 그 시절에도 좋은 성적표를 가져가도 부모님은 그렇게 좋아하시지 않았다. 그리고 후에 이야기이지만 삼성전자에 들어갔을 때도 그렇게 좋아하지 않으셨다. 내가 교만에 근접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셨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처음으로 전교 10등 안에 드는 성적표를 들고 신나는 마음으로 어머니에게 가져갔을 때 어머니의 첫마디는 “좋은 성적을 받는 것보다 네가 교만하지 않고 예수를 잘 믿는 것이 더 중요해"라는 말씀을 하셨다. 대신 그 당시 교회에서 성경인물을 연극을 하고 교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들었을 때 어머니는 칭찬과 사랑스러운 눈빛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 당시 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 아닌 교회 안에서 자랑거리가 되는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신학대학교에 진학하였고 방학을 이용하여 21일 금식기도를 할 만큼 나는 충만한 기독교인이자 목사지망생이었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다이아몬드 같이 강한 열정은 아니었던 것 같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 영원할 것 같던 신앙도 어느새 구색을 맞추는 정도로 변하고 그저 직업인으로서 목사를 바라보며 제대 후엔 교회에서 전도사생활을 하며 생활비를 벌어가며 학교를 다녔었다. 첨언하자면 사범대학생이 교생실습을 나가듯 신학대학을 다니면 자연스럽게 나를 채용할 만한 교회를 찾아 전도사로 지원해서 교회에서 어느 정도 지원을 받아 학교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 트랙이었다. 


 그냥저냥 하루를 보내는 그 어느 때의 날처럼 인터넷에 있는 설교문을 하나 긁어다가 내가 쓴 거처럼 설교를 하곤 했는데 앞에 앉은 교인 한 분이 울기 시작하니 전체가 내 목소리 하나하나에 반응하며 울음바다가 된 일이 있었다. 나는 이때 목사가 되지 않기로 결심했다. 아무리 양심이 없어도 사람에 대한 일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나는 내 인생의 한줄기만 있다고 믿었던 미래를 호기롭게 바꿔버렸다. 생각해 보니 지금의 나와 25살의 나는 바뀐 것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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