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퇴사한아빠 Mar 04. 2024

퇴사한 아빠의 좌충우돌 성장기 #시간이 흐른다.

 말이 좋아 프리랜서의 시계는 너무나도 빠르게 흐른다.

 아직 아무 일도 없는데도 말이다.



 회사를 출근하지 않은지 이제 5주 차.  첫 1달은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결심한 터라 아침에 아이를 준비시켜 유치원 버스를 태워 보내고 다시 돌아올 때까지 하릴없이 영화도 보고 산책도 하고 병원도 다녀오고 하면서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냈다. 크게 무엇을 하지 않았는데 아이가 돌아오는 오후 4시 50분이 너무나도 빨리 돌아온다. 아무것도 안 하는데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갈까?


 이렇게 충실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낸 한 달이 지나간다.


 직장생활을 할 때 회의, 보고자료 준비 등으로 보냈던 시간을 생각해 보면 언제나 빠르게 시간이 지나는 것에 위기감을 느끼곤 했는데 정말 이상한 것은 쉬고 있는데도 시간은 동일하게 흐른다. 심리적으론 오히려 더 빠르게 흐르는 느낌이다.


이렇게 보내다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

 하루하루 성과를 내던 시절에는 지금 보내는 시간들이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채근하는 사람도 성과프로그램의 알림도 구성원들의 독촉도 없다. 그냥 이렇게 큰 목표만을 정해놓고 그곳을 향해가기에는 나라는 사람은 너무 나약하다.


마치 정신이 빠져 살았던 대학교 1~2학년 때처럼. 무계획적인 삶에 수업은 빠지기 일 수이고, 계획적인 일과와는 거리가 먼 하고 싶은데로 살았던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시절에는 부모에게 용서를 받으면 그만 이이었으나 지금은 용서를 바랄 대상도 용서를 해줘야 하는 대상도 없다 이제 온전히 내 책임이다.


 그래서 나는 하루하루 루틴 한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가장 큰 목표인 출판을 위한 글쓰기, 가족과의 시간, 운동시간을 정하고 몇 가지 기준을 정하고 생활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일주일정도 기준에 맞춰 살아보고 수정을 해봐야겠다.


1. 아침 7시에 일어나 러닝 하기

2. 아이가 유치원에 있는 9시 ~ 4시 30분의 시간은 집중된 업무시간 갖기

3. 하원 후 아이와 1시간 온전히 놀아주기

4. 아이가 잠든 후 내일 할 일 정리하기

5. 최소한 12시 전에는 잠들기


 아직 완벽한 시간관리는 어렵겠지만 2달 차의 시작은 조금 더 빡빡하게 살아야 한다. 나도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제 하루 책상에 앉아 끄적이며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지만 만만치 않은 일임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 퇴사 전에는 술술 쓰일 것만 같은 글감들도 다시 뜯어보니 도저히 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이렇게 1달, 2달이 지나다 보면 와이프가 대범하게 허락한 자리 잡는 시간도 의미 없이 지나갈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출신이 미천한 나는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인정받기 위해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시간을 더 많이 보냈다. 나보다 똑똑한 동기들과의 경쟁에서 내가 그나마 보일 수 있는 것은 하나의 결과물을 위해 시간과 정성을 더 쓰는 것이었다. 그때의 나는 그렇게 살아남았지만 지금은 아이를 먹이고 입혀야 하는 양육자의 역할도 해야 한다. 시간의 길이가 아닌 집중도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일하고, 놀고, 잠들면서 하나하나의 시간에 집중하겠다.


 5주 차의 실행결과는 어떻게 되었을지 6주 차의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작가의 이전글 퇴사한 아빠의 좌충우돌 성장기 #차근차근 한걸음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