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대화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 이긴다
"AI한테 물어봤는데 별로더라."
AI 강의를 시작하면 항상 듣는 말입니다. 청중석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합니다. 그들의 표정에는 실망과 의구심이 섞여 있습니다. 'ChatGPT가 세상을 바꾼다더니, 막상 써보니 별로잖아?'
그래서 저는 질문을 던집니다.
"어떻게 물어보셨어요?"
그러면 대부분 이렇게 대답합니다.
"이직 어떻게 하냐고 물어봤죠."
"이력서 좀 써달라고 했어요."
"면접 준비 뭐 해야 하냐고 물었는데 뭐... 별로..."
저는 조용히 웃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그건 마치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저 좀 건강하게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당연히 제대로 된 답을 얻을 수 없죠."
AI는 당신이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초등학생 수준의 답변을 줄 수도 있고, 15년 차 전문가 수준의 통찰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바로 '프롬프트', 즉 질문하는 기술입니다.
2023년, ChatGPT가 등장한 이후 우리는 모두 같은 AI를 사용합니다. 네이버 직원도, 삼성전자 임원도, 당신도, 저도 모두 같은 ChatGPT를 씁니다. 하지만 결과는 천차만별입니다.
어떤 사람은 AI로 단 3개월 만에 이직에 성공하고, 연봉을 30% 올립니다. 반면 어떤 사람은 AI를 써도 여전히 서류에서 탈락하고, "AI는 별로야"라며 실망합니다.
이 차이는 AI의 성능 때문이 아닙니다. 질문의 질 때문입니다.
같은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도, 증상을 정확히 설명하는 환자와 "그냥 아파요"라고만 말하는 환자가 받는 처방은 다릅니다. AI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 사례를 보겠습니다.
김대리(가명)는 7년 차 회계 담당자입니다. 제조회사에서 결산과 세무 업무를 담당해왔고, 최근 IT 플랫폼 기업으로 이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는 주변에서 "요즘은 AI로 이력서 검토받는다"는 말을 듣고 ChatGPT를 켰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습니다.
"내 이력서 좀 봐줘."
그리고 자신의 이력서를 복사해서 붙여넣었습니다.
AI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 이력서를 검토했습니다. 맞춤법은 정확하고 전반적으로 잘 작성되었습니다. 다만 몇 가지 개선점을 제안드립니다.
1. 문장이 너무 길어요. 짧게 나누세요.
2. 적극적인 동사를 사용하세요.
3. 정량적 성과를 추가하면 좋겠습니다. 』
김대리는 실망했습니다.
"이 정도는 나도 아는데..."
그는 브라우저를 닫으며 생각했습니다. 'ChatGPT, 과대평가된 거 아냐?'
하지만 문제는 ChatGPT가 아니었습니다. 질문이 잘못되었던 것입니다.
김대리의 질문 "내 이력서 좀 봐줘"에는 아무런 정보가 없습니다.
· 누구 입장에서 봐야 하는가? (채용 담당자? 헤드헌터? 동료?)
· 무엇을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가? (맞춤법? 구조? 성과?)
· 어떤 직무에 지원하려는가? (재무? FP&A? 세무?)
· 현재 어떤 문제가 있는가? (서류 탈락? 면접 실패?)
AI는 이 모든 것을 모릅니다. 그래서 가장 안전한 답변, 즉 '일반론'을 내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이력서를 가지고 박과장(가명)은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RICE 프롬프트 개념을 공부한 뒤 며칠간 자신의 프롬프트를 정교하게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ChatGPT에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당신은 국내 TOP 3 헤드헌팅 회사에서 15년간 재무/회계 인재 5,000명 이상의 이직을 성공시킨 수석 컨설턴트입니다. Big 4 회계법인, 삼성/LG/SK 같은 대기업 재무팀, 그리고 유니콘 스타트업의 CFO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해왔습니다.
당신은 ATS(Applicant Tracking System)가 어떤 키워드로 지원자를 필터링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으며, 채용 담당자가 이력서를 읽는 첫 7초 안에 무엇을 보는지 압니다. 또한 제조업에서 IT 산업으로 전환하는 회계 인력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10가지를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제 이력서를 다음 관점에서 냉정하게 평가해주세요:
1. 서류 통과율을 낮추는 치명적 약점을 찾아주세요
2. IT 플랫폼 기업의 FP&A 직무 채용 담당자가 보는 시각으로 분석해주세요
3. 단순한 개선 제안이 아니라, 구체적인 수정 방향과 예시를 제시해주세요
■ 현재 상황
· 7년 차 회계 담당자 (중견 제조기업)
· 담당 업무: K-IFRS 기반 연결재무제표 작성 5년, 법인세/부가세 신고 2년
· 보유 시스템: SAP FI/CO 7년 사용 경험
· 부족한 영역: SQL, Python 등 데이터 분석 툴 경험 전무
■ 지원 목표
· 타겟 산업: IT 플랫폼 (SaaS, 이커머스, 핀테크)
· 타겟 직무: FP&A (Financial Planning & Analysis)
· 목표 연봉: 현재 6,000만 원 → 8,000만 원
· 지원 기업 예: 쿠팡, 토스, 무신사, 직방, 마켓컬리 등
■ 고민
· 최근 3개 기업 지원 → 모두 서류 탈락
· "제조업 경력이 IT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불안
· "SQL 없이도 FP&A 지원이 가능한가?" 의문
다음 구조로 답변해주세요:
■ 치명적 약점 진단 (3가지)
각 약점마다:
· 무엇이 문제인가
· 왜 이것이 서류 탈락 원인이 되는가
· 채용 담당자는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는가
■ 약점별 구체적 보완 방법
각 약점마다:
· 즉시 실행 가능한 해결책 (1주일 내)
· 중기 해결책 (1~3개월)
· 대안 전략 (해결이 불가능할 경우)
■ 즉시 수정이 필요한 문구 5개
· Before (현재 문구)
· 문제점 (왜 이 문구가 약한가)
· After (개선된 문구)
· 개선 효과 (이렇게 바꾸면 어떤 인상을 주는가)
■ 4부. 추가 키워드 10개
· IT 플랫폼 FP&A 이력서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키워드
· 각 키워드를 어떤 맥락에 배치해야 하는지 예시
전체 답변은 2,000자 이상, 각 항목은 구체적 예시와 함께 작성해주세요.
ChatGPT의 답변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 이력서를 IT 플랫폼 FP&A 채용 담당자의 시각으로 분석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현재 이력서로는 쿠팡, 토스 같은 기업의 1차 서류 통과가 어렵습니다. 치명적 약점 3가지를 발견했습니다.
■ 치명적 약점 1: 'Duty 중심' 서술 → 성과 부재
【 문제 】현재 이력서는 "결산 업무 수행", "세무 신고 담당", "SAP 사용"처럼 '내가 무엇을 했는지(Duty)'만 나열되어 있습니다.
【 왜 문제인가 】FP&A는 '분석과 개선'이 핵심인 직무입니다. 채용 담당자가 보고 싶은 것은 "당신이 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라 "당신이 무엇을 바꿨는가"입니다.
【 보완 방법 】모든 업무를 PAR 구조로 재작성하세요.
▸ Before: "월 결산 업무 수행"
▸ After: "결산 프로세스 개선으로 마감 일정 D+3 → D+2로 단축, 회계팀 야근 시간 월 120시간 → 60시간 절감 (연 인건비 300만 원 절감)" 』
(중략 - 실제 책에서는 약점 2, 3과 나머지 부분이 모두 포함됩니다)
박과장은 감탄했습니다.
이것은 그가 2년 전 헤드헌터에게 200만 원을 주고 받았던 컨설팅과 똑같은 수준이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더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했습니다.
같은 AI.
같은 이력서.
하지만 질문이 달랐고, 답변도 완전히 달랐습니다.
이것이 RICE 프롬프트의 힘입니다.
이제 RICE의 각 요소를 하나씩 깊이 들어가겠습니다. 각 요소가 왜 필요하고, 어떻게 작동하며, 실전에서 어떻게 활용하는지 배울 것입니다.
RICE는 다음 4가지로 구성됩니다:
R - Role (역할): AI에게 전문가 역할을 부여하라
I - Instruction (지시): 명령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C - Context (맥락): 당신의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라
E - Expectation (기대): 원하는 결과물을 설계하라
하나씩 깊이 들어가겠습니다.
■ 역할이 답변을 바꾼다
"당신은 누구입니다"라고 명확히 정의하면, AI는 그 역할에 맞는 사고방식과 지식을 활성화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역할극이 아닙니다. AI의 답변 품질과 관점이 극적으로 달라집니다.
같은 질문을 두 가지 방식으로 해보겠습니다.
【 실험 1: 역할 없이 질문하기 】
질문: "이력서에서 강조해야 할 키워드 알려줘."
AI 답변:
"회계, 재무, 결산, 세무, Excel, SAP 등을 강조하세요."
【 실험 2: 역할을 부여하고 질문하기 】
질문: "당신은 IT 플랫폼 기업의 FP&A 팀장입니다. 지난 5년간 회계 인력 30명을 채용했고, ATS(자동 서류 심사 시스템)에서 어떤 키워드가 통과율을 높이는지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이력서에서 강조해야 할 키워드를 알려주세요."
AI 답변:
"IT 플랫폼 FP&A 채용 담당자 관점에서 답변드립니다. 중요도 순으로:
1. 데이터 분석 키워드 (가장 중요): SQL, Python, Tableau, Power BI
→ IT 플랫폼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하므로 이 키워드가 없으면 1차 스크리닝에서 탈락
2. FP&A 특화 키워드: 재무 분석, 예산 수립, Forecasting, KPI 설계
→ 단순 '회계'가 아닌 '분석/기획' 역량 강조"
차이가 보이시나요? 역할을 부여하자 AI는 단순 나열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매기고, 이유를 설명하고, 심지어 경고까지 해줬습니다.
좋은 지시의 3요소:
1. 동사가 명확하다
2. 범위가 정해져 있다
3. 결과물 형식이 구체적이다
AI는 당신의 배경, 목표, 제약조건을 모릅니다. 당신이 알려주지 않으면 AI는 '일반적인 답변'만 줄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맥락의 조건:
· 객관적 사실로만
· 구체적 숫자로
· 제약조건도 포함
AI에게 결과물의 형식과 깊이를 명확히 지시하지 않으면, AI가 생각하는 '좋은 답변'을 받게 됩니다.
기대를 명시하는 3가지 방법:
1. 형식 지정 (표, 리스트, 문단 등)
2. 분량 지정 (○○자, ○개 항목 등)
3. 구조 지정 (1-2-3 단계, Before-After 등)
RICE 프롬프트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AI를 비서가 아니라 전문가로 대하라."
비서에게는 "이것 좀 해줘"라고 말합니다.
전문가에게는 "당신의 전문성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습니다.
그 차이가 당신의 이직 성공률을 10배 바꿀 것입니다.
지금까지 RICE 프롬프트의 4가지 요소를 배웠습니다. 이제 이것을 실전에 적용할 차례입니다.
다음 장부터는 본격적으로 20단계 전략이 시작됩니다. 각 단계마다 완벽한 RICE 프롬프트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당신은 복사-붙여넣기만 하면 됩니다.
첫 번째 목표: 나를 아는 것.
Phase 1, 시작합니다.
저자 노트
이 책의 모든 내용은 제가 직접 기획하고 작성했습니다.
10년 이상 삼성전자, KPMG, 쿠팡, 배달의민족에서 일하며 수백 명의 이직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성공한 이직, 실패한 이직, 그 차이가 무엇인지 깊이 고민했습니다. 이 책의 구조, 사례, 프롬프트, 실행 방법 모두 그 경험에서 나왔습니다. 다만, 이 방대한 내용을 혼자 쓰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AI를 '글쓰기 파트너'로 활용했습니다.
제가 기획한 구조를 AI가 문장으로 풀어주고, 제가 다듬었습니다. 제가 만든 사례를 AI가 정리해주고, 제가 검증했습니다. 제가 설계한 프롬프트를 AI가 다듬어주고, 제가 최적화했습니다.
결국 이 책은 '사람의 경험 + AI의 효율'이 만든 결과물입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직 준비는 여러분의 경험입니다. AI는 그것을 정리하고, 표현하고, 최적화하는 도구일 뿐입니다. AI에게 모든 걸 맡기지 마세요. 하지만 AI 없이 혼자 하느라 시간 낭비하지도 마세요. 여러분의 경험에 AI의 힘을 더하세요. 그것이 이 책이 말하고 싶은 핵심입니다.
- 신주일 (퇴사한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