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글쓰기 클럽 - 이반지하 <나는 왜이렇게 웃긴가>를 읽고
“이거 너 같다”
친구 한 명과 직장 동료 한 분이 나 같다며 친절히 보내준 유튜브 클립에는 혼자 사는 어느 배우의 하루가 짧게 요약 되어 있었다. 동네 시장에 걸어가 단골 상점 사장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반존대를 섞어가며 천연덕스럽게 안부를 묻기도 하면서. 길가다 꽃을 보면 사진을 찍고 열심히 당근 거래를 하고 햇빛에 빨래를 탈탈 털어 널고. 계속 사부작 사부작 거리며 무언가를 하는 에너지가 넘치는 그.
음 이거 나라고?
내가 생각하는 나는 말이지… 남에게 관심 없고 시니컬하지만 가끔 보여지는 따스함으로 내면에 사연을 숨긴 것 같은 신비로운 사람. 냉장고에는 샐러드와 탄산수뿐. SNS는 하지 않고 혼자 글 쓰고 사색하는 걸 즐기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항상 밝아서 그게 그 사람의 대표적 특성이자 다 인것 같은 사람이 되는 것보다 더 알고 싶어 지는 우수에 찬 매력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었단 말이다.
하지만 이거 나 잖아? 아뿔싸. 이게 나구나.
밝아버렸다.
인생 중간 중간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마다 나는 유교 집안의 장녀로서, 사회적 용인 기준이 높은 여성으로서, 때로는 착한아이 증후군로서 살아왔음을 인정했다. 뛰어난 사회적 리액션과 사람 좋은 행실, 예의 바름이 벅찰 때마다 격한 자유를 꿈꾸며 이단아적 기질이 나의 본성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내 이상형은 나의 어두운 면을 이해해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 이라며 환상을 품었지만 나는 특유의 안정적인 환경을 선호하는 성향과 건강을 추구하는 생활 습관, 미래에 대한 비전 중독으로 남이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나는 신비주의인가? 아니다. 나는 환영적인 몸짓을 가졌으며 다가가기 편한 성격에 사람들 모으는걸 주도하길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는 내가 싫어하는 그런 부류다. 세상에 관심이 많은 시끄러운 사람. 동굴에 들어간 사람을 기어코 끌어내서 나오게 하는 오지랖을 부리는 사람. 어둡고 침잠하는 세상에도 밝은 면이 있으니 나랑 같이 한번만 재밌는걸 해보자는게 나의 속마음이다.
이쯤 됐으니 인정하자. 나는 사람을 좋아하는 밝은 사람이다. 착한 아이 증후군도 K장녀로 자라 거절 못하는 병도 아닌 마음에서 우러 나온 밝음이 맞다. 어두움이 한켠에 있는 것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나쁘지 않다. 밝을 때의 나는 이왕이면 다른 사람의 어둠까지 덮을 수 있게 발광하면서 밝아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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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동안 나에게 불꽃을 포착하게 해준 글쓰기 워크숍 :
사과집의 분노의 글쓰기 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