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듣는 노래'
가면 갈수록 그 '오랜만에'가 가늠이 안 된다.
루싸이트 토끼의 <손꼭잡고>가 지금으로부터 햇수로 10년하고도 1년이 더 지난 2009년에 나온 노래라니 여러모로 놀랍다.
11년 전,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이 곡을 알았다는 것이 놀랍고, 그 때 내가 이 곡을 엄청 좋아했었다는 것이 놀랍고 (그리고 웃기고), 그래서 지금도 가사를 전부 기억한다는 것이 놀랍고, 그때나 지금이나 들으면서 비슷한 생각, 그러니까 '끈적끈적한 여름밤을 떠올리며 들어도 어울리고, 손이 다 부르틀 정도로 추운 겨울밤을 떠올리 들어도 어울리는, 참 요상하게 좋은 곡'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 놀랍다.
곡 구성과 악기 구성이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너무 오버하는 것 같지도 않는, 딱 정도를 지키는 곡이라는 것을 지금에서야 깨닫게 됐고, 가사가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다는 걸, 아니 정말 너무 잘 쓴 가사라서 앞으로도 절대 촌스러워지지 않을 곡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갑자기 이 곡을 추천한 유튜브 알고리즘이 놀랍고, 11년이 지난 지금도 반복재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자기 전에 갑자기 글을 써야겠다 생각이 들어 30분 만에 갈겨 쓰고도 뻔뻔하게 글을 발행해버린 내가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