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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임용 Jun 21. 2019

<환각(feat. 사뮈)> by 놀이도감

2019. 03. 22. 작성

놀이도감 - 환각(feat. 사뮈) (2019)


실리카겔의 멤버 김민수의 홀로서기 프로젝트 제1화 놀이도감 EP [Playbook]의 타이틀곡 환각(feat. 사뮈)이다.  실리가겔은 모든 멤버들의 군입대로 잠시 휴식기를 갖게 되었는데, 이 작품은 활동 중단 시점부터 본인의 입대 시점까지인 약 8개월 동안 작업하여 제작된 앨범이다. 활동명 '놀이도감'은 그림이나 사진을 모아 다양한 놀이들을 소개하는 책이라는 의미다. '실리카겔이 친구들과의 단체생활이라면, 놀이도감은 방에 틀어박혀서 혼자 놀고 있는 나'라고 본인의 활동을 정의했는데, 앨범을 듣다보면 방에서 홀로 작업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상상할 수 있다. 매우 독특한 앨범이다. 집에서 혼자 만든 곡이기에 어딘가 투박한 인상이 있지만 이를 보충하듯 악기 톤과 멜로디를 세심하게 다듬어 다른 비슷한 풍의 음악들과는 분명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선공개 싱글 <충훈부>와 더불어 [Playbook]의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환각(feat. 사뮈)>는 이 앨범의 하이라이트다. 제목처럼 굉장히 낯설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트랙이다. 혼자서 작업하였기 때문에 '자아의 분열'이라는 주제로 다가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점점 커지는 말들 불안하게 나를 비웃고 작은 숨소리로 내게 거짓말을 한다.", "그냥 떠나버릴 순 없을까? 이미 사라져버린 환각들과 마주한 채 하루가 지나네" 등의 가사를 곱씹다보면 근현대 한국 작가 '이상'의 작품이 떠오르기도 하고,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1Q84'의 리틀 피플이 생각나기도 한다.


사뮈의 피쳐링은 매우 적절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놀이도감과의 목소리 대비가 극명하면서도 비슷한 결이 느껴져서 처음엔 놀이도감의 목소리를 피치다운한 줄 알았다. 실리카겔에서도 마찬가지로 김민수는 곡의 개성을 만들어나가는 보컬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무난하고 편안한 목소리는 곡의 '전/결'을 맡는 실리카겔의 김한주, 사뮈에 선행하여 '기/승'을 충실하게 수행한다. 덕분에 곡의 몰입도가 한층 높아진다. 놀이도감과 사뮈가 각각 1절, 2절 벌스를 덤덤히 내뱉고 이후 브릿지에서 환상적인 디스토션의 기타와 몽환적인 신디사이저가 등장하며 곡의 클라이막스로 달려간다. 이러한 곡 진행 위에 허스키하고 중후하면서도, 알 수 없는 불안함이 묻어나는 사뮈의 목소리가 격렬한 기세로 마지막을 장식하며 처절한 환각의 이미지를 완성시킨다. '건축'이라는 표현이 알맞을 정도의 탄탄한 곡 구성이다.


기타리스트 김민수가 실리카겔을 벗어나 본인의 개성을 유감없이 뽐냈다. 사뮈와의 합작은 작곡가로서의 시작을 알리는 것 같아 다음 작업이 매우 기대된다. 얼른 전역하여 실리카겔과 놀이도감으로서 활동을 왕성하게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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