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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임용 Sep 14. 2019

바이 바이 배드맨에 프리즘을 대다


바이 바이 배드맨은 2018년 봄 싱글 <Daisy> 발매를 마지막으로 휴식기를 가지고 있다. 멈춰진 밴드의 시간과 대조적으로 네 멤버는 각자의 활동을 활발하게 선보이고 있다. 재밌는 점은 마치 프리즘을 통과한 빛이 각기 다른 색의 파장으로 분리되어 퍼져나가듯, 네 멤버의 작품이 바이 바이 배드맨 음악 속 각기 다른 요소들을 확장한 것 같은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개성 넘치는 네 명의 적절한 조화가 이 밴드의 가장 큰 매력이다. 때문에 조화를 이루던 팀 밖으로 나온 이들의 홀로 선 모습이 새로우면서도, 그 안에 담긴 '바이 바이 배드맨스러움'이 반갑다. 밴드 안에서는 눈에 띄지 않았던 이들 각자만의 빛나는 색을 하나씩 살펴보자.



이루리(Lulileela) - 물고기 Goldfish (2019)


베이시스트 이루리는 인디씬 Hustle의 아이콘이다. 바이 바이 배드맨, 서울문, 이루리X이성경, 로어, 솔로 활동까지 본인의 다양한 모습을 계속해서 드러내고 있다. <Dasiy> 이후 음원 사이트에 발매한 작품만 19개다. 어떤 팀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도 자신의 매력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며, 나아가 이루리 특유의 몽환적인 감성이 모든 작품에서 묻어 나오는 걸 보면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심적인 역할에도 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고기>, <유영>, <Dive>, <환상>, <소나기>로 이어지는 2019년의 싱글들에서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가사다. 영어 가사가 많은 바이 바이 배드맨의 곡과 비교해보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한국어 가사를 쓴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멜로디라는 틀 안에서 이 가사들은 어딘가 어색한 느낌을 주는데, 신비한 음색을 가진 이루리의 목소리를 통해 그 어색함이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환상>을 제외한 나머지 네 곡은 물을 키워드 삼고 있는데, 리스너로서 각 싱글 간 연속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바이 바이 배드맨 <Mercury>에서 잠깐 엿볼 수 있었던 그녀의 색은 밴드를 벗어나면서 훨씬 더 넓고 진하게 번져가고 있다. 팀으로 활동하는 기간 동안 이러한 창작욕을 어떻게 참았나 신기할 정도다.



구름 / Cloud - 지금껏 그랬듯 앞으로도 계속 (As Usual As Today) (2016)


키보디스트 구름은 프로듀서로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대중이 원하는 느낌을 정확히 캐치하면서도 CHEEZE에서 보여준 마이너한 감각이 섞여, 익숙하면서도 다른 대중가요들 사이에서 주목을 잃지 않는다. 특히 백예린과의 호흡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백예린의 첫 번째 앨범 [FRANK]부터 시작된 둘의 인연은 커리어의 큰 전환점이 된 EP [Our Love Is Great]를 기점으로 소위 '믿고 듣는 조합'이 되어버렸다. 온스테이지 디깅클럽서울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리메이크한 <어느 새(디깅클럽서울 Ver.)>가 이를 증명한다.


구름이 자신의 목소리로 불러낸 <bye bye my blue> 원곡과 싱글 <지금껏 그랬듯 앞으로도 계속>에선 독립적인 아티스트로서 그의 가능성을 볼 수 있다.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은 구름의 '사랑'은 담백한 가사로 써지고, 바이 바이 배드맨 안에서 완벽한 밸런스를 보이던 건반은 음악의 핵심으로 승격되어 더욱 깊은 울림을 만들어낸다.



The Volunteers - Summer (2018)


기타리스트 곽민혁은 네 멤버 중 유일하게 솔로 작업물이 없으나, 다양한 팀에서 자유롭게 활약하고 있다. 장르를 불문한 곽민혁의 톤 메이킹은 만능이다. 받쳐주어야 할 상황에선 착실하게 받쳐주고, 앞으로 튀어나와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좌우해야 할 상황에선 곡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핵심이 확실히 잡힌듯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전자의 예시로 ABTB에서 거친 하드록에 브릿팝적인 요소를 가미하는 감초 같은 역할을 꼽을 수 있겠다. 후자의 예시로는 백예린, 구름, 드러머 김치헌과 함께하는 The Volunteers에서의 연주를 들 수 있을 것이다.


<Summer>는 곡이 시작되자마자 그의 진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곡이다. 바이 바이 배드맨에서는 세컨 기타가 중심이 되는 흐름과 신디사이저가 조성하는 공간감 사이에서 순간순간 찔러주는 센스가 돋보였다면, 이 곡에선 그 센스가 확장되어 곡 전체를 아우르며 주제의식을 아름답게 서술한다. 백예린의 보컬과 더불어 곡의 메인이 되는 멜로디 라인으로서, 꽤나 잘 어울리는 조합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THE KOXX의 기타리스트 이수륜의 프로젝트 그룹 오마쥬처럼 곽민혁도 기타를 중심으로 한 자신만의 활동을 하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 있다.



gila - lie to me (2019)


바이 바이 배드맨의 중심축이 되는 보컬 정봉길은 Gila라는 이름으로 개인 작업물을 꾸준히 발매 중이다. 선우정아의 <구애> 리메이크를 시작으로 싱글 <Shimmer> 등 준수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활동 시작 초기 트랙인 <구애>와 <Shimmer>에선 바이 바이 배드맨에서 보여준 세션 간의 밸런스가 비슷한 정도로 구현되었기 때문에 한편으론 Gila로서의 활동이 밴드의 연장선상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비교적 최근에 발표한 작품 <PMLTY>, <Greater>, <I can see your face>에선 미니멀한 구성을 바탕으로 보컬로써의 역량을 충분히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보여 흥미롭다. 바이 바이 배드맨에선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가사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된 것도 좋다.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는 베드룸팝(bedroom pop)적 요소가 두드러지며 전반적으로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겠다.


<lie to me>는 Gila의 곡 중 가장 신선한 느낌의 트랙이다. 메인 코드 진행을 마디로 끊었을 때 임팩트가 앞으로 쏠려있어 낯선 느낌이 들지만, 벌스로 넘어오면서 긴장이 풀리고 코러스를 지나 다시 메인 코드로 돌아가며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기승전결에서 청각적 희열이 느껴진다. <Ready to fall>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니 함께 감상하면 좋을 것이다.




'좁고 깊게' 듣는 레토르트 에디터 정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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