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뼛속까지 문과다. 자세한 설명과 증명은 하나도 이해할 수 없음에도, 그는 가끔 과학에 대한 글이나 영상을 본다. 대부분은 전문가 혹은 전공생이 과학 문외한을 위해 쉽게 풀어낸 것들이다. 그는 자세한 설명과 증명은 하나도 이해할 수 없는 과학 이론에서 출발한 자신만의 공상을 즐긴다. 물론 전문가 혹은 전공생이 봤을 때 그건 정말 개소리다.
어느날 그는 누워서 스마트폰을 갖고 놀던 중, 우주의 팽창이 멈춘 후에 대한 가설들을 소개하는 글을 읽게 된다. 큰 맥락에서 대충 설명한 것은 이해되지만, 당연히 대부분의 자세한 용어는 이해할 수 없다.
엔트로피, 시간의 방향성, 수축, 붕괴, …………, 역행.
어느 순간 모든 것이 멈추고 팽창했던 우주가 수축하기 시작한다. 비디오테이프를 되감기한 것처럼 모든 것이 거꾸로 흐른다. 길고 긴 시간 동안 팽창했던 우주가, 같은 시간만큼 역행하기 시작한다.
되감기가 시작되면 모든 것이 거꾸로 흐른다. 바닥에 쏟아졌던 물이 다시 컵에 담기고, 먼지가 되었던 것들이 다시 형체를 되찾는다. 해는 서쪽에서 떠서 동쪽으로 지고, 사람은 뒤로 걷는다.
무엇보다도 가장 재밌는 것은 생각이다. 언어로 한 상상은 말그대로 반대로 떠오른다. 우주가 팽창하는 시대의 "안녕하세요"는 우주가 수축하면서 "요세하녕안"이 된다.
그래서 그는 우주가 팽창을 멈추고 수축하며 시간이 되감기되는 그 순간의 인식을 위해 자신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말을 거꾸로 생각해놓기로 마음 먹었다.
물론 전문가 혹은 전공생이 봤을 때 그건 정말 개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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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우주가 태초의 작은 점으로 모이면 대폭발이 일어나고 다시 같은 시간만큼 팽창하기 시작한다. 팽창이 멈추면 다시 수축한다. 수축이 끝나면 다시 팽창한다. …………
이 순환 속에서 '우리'는 단 한치의 오차 없이 같은 행동과 생각을 반복한다. 2020년 2월 9일 00:24에 이 글을 쓰면서 생긴 오타를 지웠다 다시 쓰는 것까지 모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