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라는 말, 혹시 들어 보셨는지. '마음을 공부한다'고하면 뭐랄까. "저는 다이어트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들린다. 애를 많이 쓰겠구나, 싶다. 어차피 안 될 텐데…… 라는 비관적인 전망과 함께.
이렇게 생각하는 주제에 대충 7년 정도 (내) 마음을 공부해 왔다. 짬짬이. 틈틈이. 공부에 미쳐 매일같이밤을 새우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가끔씩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벼락치기로 밤을 새우기도 했다. 그 결과, 이 정도면 전교 1등은 못 되어도 반에서 상위권은 되지 않을까 내심 우쭐한 기분으로 자평하고 있다. 역시, 공부가 잘 안 되고 있다는 반증이겠지만.
마음이 특정한 조건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알면, 해볼 수 있는 일이 여럿 생긴다. 예컨대, 한밤 중에 치킨 광고를 보면 치킨을 시켜 먹고 싶어질 테니 '애초에 치킨 광고 같은 건 쳐다보지도 말자'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우리 어머니의 경우 아들만 보면 "으이구 한심한 새끼." 하며 답답함을 못 이기는 분인지라,서로 용건이 있으면 통화 정도만 하고 대면 접촉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몇 년째꿋꿋이 견지해 오고 있다.
그런데 치킨과 가족을 언제까지고 피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마주치게 될 테고, 통제하기 어려운 감정을 맞닥뜨릴 것이뻔하겠죠.
우선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예방이아닐까싶다. 금지와회피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접근이면서, 비교적 덜 빡빡한난이도여서 특기할 만하다.
다시 다이어트 얘기로 돌아가서. 브로콜리라든가 고구마 말랭이를 2~3kg 먹었다고 치면, 배 속에 다른 음식이 들어갈 자리는 거의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허기를 느끼든 느끼지 않든 뭔가를 더 먹는다는 일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어차피 야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인생임을 인정한다면, 이처럼 낮은 칼로리의 건강한 간식으로 선수를 치듯 배를 불려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터다. 이런 걸 예방이라고 불러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찬가지로, 아무 생각이 없는 두뇌의 공백 상태 역시 한밤중의 공복 상태와 다름없어 보인다. 방심은 습관적으로 자극적인 생각들을 불러들이고, 그에 따른 온갖 부정적인 감정을 군살처럼 생산해 낸다. 내가또 왜 그랬을까 후회해 봤자, 한 겹 두 겹 쌓이는 뱃살처럼 우리의 기분을 무겁게 만들 뿐. 후회란 눈가에 쌓이는 주름과 같아 웃음으로도 그 흔적을 지울 수 없게 마련이다.
미니 타임머신이라도 하나 개발하여 갖고 있다면 모를까, 과연 예방만큼 현실적인 해결책은없는 것 같다. 평소 긍정적인 생각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이라면, 분노 짜증 원망 등을 일으키는 부정적 생각들이 쉽게 자리를 차지하지는 못할 것이다.당연하지만 시간을 되돌리려는 초현실적인 노력 따위도 필요 없다.
다만 우리 어머니가 평소에도 열두 번씩 아들의 좋은 점을 꼽씹거나 인생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되새기지는 않을 테니, 좋은 생각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워야한다면 그 일은 온전히 내 몫일 수밖에 없겠죠.
하여 어머니가 "으이구, 이 한심한 새끼." 라고 하면 '그래, 어머니 입장에서 내가 얼마나 걱정스러우시면 저렇게 말씀하실까. 사실 내가 한심한 놈이란 것도 맞는 말이지. 어머니가 말씀하시는 대로 열심히 살아야겠다' 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반성하고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러는 어머니는 뭐 얼마나 훌륭하게 사셨다고!" 하면서 발끈하여 대들고 있다. 한심한 노릇이다.
아무래도 어머니가 옳다. 가족이란 역시 통화만 하고 되도록 가끔 보는 것이 상책이다. 그래야 애틋한 맛도 생기고, 어쩌다 만나면 덕담이라도 한마디 더 해주고 싶어진다. 하여간 혈연이라고 해도 권태기를 벗어나기는어려운 것 같다.
되도록, 쉽게 질리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최악은 브로콜리를 잔뜩 먹어 놓고 결국 치킨까지 시켜 먹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참고 참은 감정이 폭발할 듯 쌓여 있다면 짬짬이, 틈틈이 분출해 주고 깔끔하게 브로콜리에게 돌아가는 것이현명한 마음공부라고 생각한다. 덧붙여, 치킨을 먹으면서 다이어트 콜라 같은 걸 찾는다? 단언컨대 그것만은 마음을 공부한다는 사람의 자세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