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병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을 여럿 본다. 알고 보면 화요병도 있고 수요병도 있다. 조금 더 알고 보면 이들이 그 외에도 수많은 병마와 싸우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오래 쉬면 휴가병, SNS에 빠지면 관심병, 뭘 안 사면 허전해서 쇼핑 중독, 그리고 어려운 말로는 스마일마스크 증후군, 슈퍼직장인 증후군, 와이미 증후군 등등. 이쯤 되면 용케들 살아 있구나 싶다. 경탄스럽기도 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흔히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데, 직장 내 스트레스만큼은 정말 다양한 병을 유발하는 것 같다.
나의 경우, 출근이야 당.연.히. 싫지만 그 정도가 병적인지 생각해 보면 좀 애매하다고 할까. 병적인가 싶다가도 아닌가 싶고. 또 그런가 싶다가도 또 아닌가 싶게 흐리멍텅한 면이 있다.
혹시라도 내가 안분지족하며 살고 있다든가, 직장 내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편인가 하면, 단언컨대 전―혀 그렇지 않다(월급은 적게 받는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재미도 없고, 보람도 없고, 돈도 안 된다고 여기는 직장인데 스트레스가 없을 리 만무하죠.
다만 체력이 저질이어서 그런지, 스트레스를 오래 붙들고 있고싶어도 그러지를 못한다. 어떤 사람들은 다 같이 모여, 그간의 불평불민을 한바탕 떠들어 보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지만, 세상에. 회사 일이라면 생각만 해도 피곤해지는데, 퇴근해서까지 회사 이야기를 떠올려야한다니. 이런 건 일종의 직업병 같은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회사 일도 회사 일이지만―'스트레스를 받는 것' 역시 재미도 없고, 보람도 없고, 돈도 안 되는 일이라고 여기는 1인으로서, 굳이 열정 페이를 지불해 가면서까지 열심히 해야 하나 싶다. 막말로 스트레스를 열심히 받아서 스트레스가 없어진다면 세상에 스트레스 받는 사람이없을 것이다(혹시라도 그런 효과를 체감한 분이 계시다면 많은 지도 편달 부탁드리겠습니다).
평소 자신을 속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다른 건 몰라도 이런 감정의 영역에서만큼은계산이 빠른 편이다. 속상하면 나만 손해니까, 손해 되는 일은 되도록 하지 말자는 주의를견지하는 것이다(이런 게 속물일지도?).
대신. 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돈 계산만은 확실히 느리게 해오고 있다. 틈틈이 부업도 했겠다, 저번 달엔 카드도 쬐금밖에 안 긁었겠다, 이번 달 통장만큼은 절대 빵꾸 나지 않을 거야! 하며 자신만만했다가 크게 낙담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분명 여유가 있어 보였는데, 막상 입어 보면 종아리부터 꽉 끼는 바지통처럼 조금의 여유조차 보이지 않을때가 있죠.
그런데 다이어트하듯 소비를 줄이고 싶어도 더 졸라맬 허릿살이 없으니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다. 쓰는 돈이라고는 최소한의 의식주와 관련된 비용인데, 이쪽을 절감해서 얻는 효용이래 봤자 빤한 수준이니말할 거리조차 안 된다. 문득, 사치 부리지도 못하고 살아온 인생이 허무해진다.
이쯤에서 누군가는, 그럼 대체 월급을 받아 어디에 쓰는 거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또 누군가는 그렇게 푸념만 늘어놓지 말고 뭐라도 시도해 보라며 답답해할지도 모른다. 그럴 거라 치고 이쯤에서 고백하자면, 어쩌다 고향을 떠나 눌러앉은 곳이 빚더미다 보니(누구에게나 어두운 과거; 흑역사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요), 매달 꼬박꼬박 빠져 나가는 이자와 원금만 해도 만만찮은 것이 현실이다. 잠깐 한눈 팔 새도, 딴 우물 팔 여유도 없다는얘기다.
아, 가끔 이렇게 싱거운 이야기를 쓰는 것은 예외. 그리고 근래 들어, 밥값 책값을 아껴 가며 거의 10년 만에 다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업무 중 짬짬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정도인데, 그것만으로도 당이 쭉쭉 떨어지는 기분이다. 덩달아 내가 산 주식의 가격도 쭉쭉 떨어지니, 회사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없다. 이사장님, 죄송합니다.이게 요즘 제가 회의 중 졸지 않는 이유입니다.
그건 그렇고, 주식 시장은 철저한 '주 5일제'라는 사실을 혹 아시는지. 주말과 공휴일은 꼬박꼬박 쉬어 가면서, 야근도 회식도 일절 없이,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6시간 30분만 투자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하여 주식에 빠진 사람은 금요일 오후부터 금단 증상에 사로잡히는것이 일반적이다. 주말 내내 월요일이 기다려지고, 심지어 주식 시장이 열리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주말이 못 견디게 원망스러워질수도 있다.
좀 이상한 결론이지만, 혹시나 월요병이 있는 분들은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가져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월요병 따위는 날려 버릴 만큼 강력한 중독 심리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반 회사들이 주식 시장을 라이벌로 여겨 줬으면 좋겠다. 내가 다니는 회사가 하루 6시간 근무 여건을 자랑하는 곳이라면, 주말마다 월요일이 기다려질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회사였다면 애초에 입사 자체가 불가능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