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쿠크다스를 잘 까먹는 사람과,그렇지 않은 사람이다. 쿠크다스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이 얼마나 꼼꼼한지, 또는 얼마나 게으른지가한눈에 들어온다(고 생각한다). 섬세함과 성실함의 측면에서, 단언컨대 둘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심연이 가로 놓여 있다.
누가 보더래도 나는 쿠크다스를 잘 못 까먹는 쪽이다. 쿠크다스 포장을 뜯다 보면 우드득 소리와 함께 과자 부스러기가 쏟아진다. 쿠크다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혹시 장소가 행사장 같은 곳이라면(각종 워크샵에서 자주 보는 간식이라) 청소하실 분들에게도 죄송스러워진다. 하여 되도록이면 쿠크다스는 건드리지않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1년에 한두 번쯤 쿠크다스가 심각하게 맛있어 보일 때가 있다. 이성은 안 된다고 말리지만 본능은 '못 먹어도 고'를 외쳐 대기 시작한다. 한마디로 불가항력이다. 그래, 이번엔 좀 더 깔끔하게 먹을 수 있을 거 같아. 그렇게 또다시 헛된 기대감을 품은 채 손을 뻗고 만다.
그리고 그 순만큼은, 시야가 선명해진다. 어떻게 포장을 뜯어야 요 과자를 깔끔하게 먹어 치울 수 있을지 전부 다 알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런데 웬걸. 막상 쿠크다스를 집어들고 나면, 내가 맞닥뜨리는 것은 조각 조각 부서지는 쿠크다스의 파편들이다.
포장을 뜯을 때 살살, 어르고 달래듯, 뜸을 들이는 동시에 정확한 포인트를 노려야 하는 그 약간의 주의 집중이, 내 타고 난 역량이랄까 인내심으로는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여간 이왕 저질러 버린 일.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달콤함을 음미하다 보면, 빈 껍질이하나둘 쌓이는 건 순식간이다.여기저기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를 보면서 역시 쿠크다스는 찝찝하고 번거롭다니까, 다음엔 먹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해본들 이미 늦은 일이다. 쿠크다스를 깔끔하게 먹는 일도 어렵지만, 하나만 먹고 멈추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닌 것 같다.
검색창에 쿠크다스를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멘탈'이 따라 나온다.'쿠크다스 멘탈'이라고 하면 '유리 멘탈'처럼 쉽게 금이 가고 깨져 버리는 정신 상태를 의미함이다. 그런데―쿠크다스와 유리는 같은 은유로 쓰기엔 엄연히 성질이 다르지 않나? 유리는 달콤하지 않고, 쿠크다스는 날카롭지 않다.비슷한 카테고리로 묶으면 양쪽 모두에게 실례가 될 거같은데.
적어도 내게, 쿠크다스는 까다로운 존재의 표상 같은 것이다.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쉽게 부서지는 무언가. 섣불리 건드리고 싶지도 않고 건드려서 좋았던 기억도 없으며 한 번의 후회로 끝을 본 적도 없는 무엇인가다.
결론적으론 역시 피곤해, 투덜투덜 하면서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금 손을 내밀게 된다. 쿠크다스는 정말 어렵다.
그런데 쿠크다스 입장에서 보자면, 나같이 몰성실한 사람들로 가득한 이 세상도 과히 험난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한번 과자로 태어난 이상 최고의 맛은 물론 본연의 섬세한 라인을 한껏 선보인 뒤 생을 마감하겠다고, 쿠크다스는 쿠크다스 나름대로 비장한 각오를 다졌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세심한 손길 따위 1도 모르는 사람을 만나 자신의 진면목을 100퍼센트 발휘하지 못한 채 사라져야 한다면, 세상에 이보다 통탄스러운 사태는 없을 것이다.
피차 가슴 아픈 일이다. 타고 나길 이렇게 생겨 먹었습니다, 라는 말로 무책임하게 도망치지 않겠다고. 나도 한번 비장하게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