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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배운 일 11 : 하수의 리더

자기편만 만드는 리더는 하수다

by 장재형

11. 자기편만 만드는 리더는 하수다


아버지는 말하셨다.


리더가 되면 얼른 자기편이 누구인지부터 확인하려는 사람들이 있어. 그들은 자기편으로 채워서 가려고 하지. 모두 내 말대로 하면 얼마나 좋아. 편하게 살고 싶은 게 인간이잖아.


심복들 심어 두고 자기는 골프 치고 다니고 행사 나가고 그러면 좋지. 회사 들어오면 사장님 대표님 소리 들으며 딸랑딸랑 아부하는 애들 얘기 듣고. 행복한 길이야.


그러다가 한순간에 자기 자리 뺏겨. 지록위마. 시황제 죽고 조고가 권력을 잡은 다음에 어린 왕 앞에서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하잖아. 그때 ‘그건 말이 아니라 사슴입니다’ 했던 신하들은 결국 죽었지. 어느 순간 심복한테 권력이 다 뺏기는 거야.


심복들 말만 들으면 제대로 판단을 못해. 그들이 바라는 건 이 회사에서 자기 위치 안 놓치는 거야. 딸랑딸랑만 하면 인정받으니 편하고 좋지. 그러다 위기가 닥치면 자기편이라고 했던 애들 대부분 나가. 걔네들은 다른 곳 갈 수 있거든. 사장은 그렇지 않지만.


그래서 자기편을 만들 생각하지 말고 일할 사람이 어떻게 잘 일하게 돌아가나를 끊임없이 생각해야 돼. 그것만 생각해도 시간이 부족해. 피아식별하는데 엉뚱한 시간 쓰면 지금 그 자리에 오래 있기 힘들어.


아들은 들었다.


아들은 자기편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에 좀 더 마음이 끌린다. 아무래도 조금 더 친하면 내 말을 들어주는 속도가 좀 더 빠르다. 때로는 내 편이 있다는 게 든든하게 느껴진다. 그게 뭐 그리 나쁜가 싶다.


사람에 대한 경험이 점점 쌓이면서 회사에서 편 만드는 게 별로 의미가 없다는 걸 점점 더 체감한다. 내 편이었는데 다음 달에 퇴사하면, 내 편 만들려고 했던 시간과 에너지가 모두 헛수고가 된다. 내 편이라고 생각해서 오히려 부탁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때로는 그 사람의 반대 의견이 감정적으로 느껴진다.


F인 아들은 T에 가깝게 사람을 보는 연습을 꾸준히 계속하고 있다. 그가 보기에도 엉뚱한 시간에 엉뚱한 에너지만 들이지 않더라도 훨씬 일을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할 수 있다. 대부분 일과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말들로 이상한 에너지를 허비하고 있지 않던가.


아들은 몇 번 누구 라인 아니냐고 묻는 질문을 받은 적 있다. 아들은 자기를 뭘로 보고 그런 질문했냐고 화가 나면서도 사소한 행동도 사람들은 지켜보는구나 싶었다. 그 후로 아들은 식사 상대도 좀 더 섬세하게 정하려고 했다. 편 가르기 안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다.


물론 자기편이 있다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감사한 일이다. 누가 내 편이 되어준다니. 하지만 자기편의 함정에 빠지는 건 꾸준히 경계할 일이다.


링컨은 하나님께 자기편이 되어달라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링컨은 자신이 하나님의 편에 있게 해 달라는 기도를 드렸다. 내 편을 찾기보다 내가 올바른 편에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아들은 대부분의 경우에 아버지 편 말고 어머니 편을 드는 쪽을 선택했다. 다음엔 어머니에게 배운 일도 써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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