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포르투갈 여행에서 생각한 것들 27

수프를 찾아서

by 장재형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니 얼굴과 팔이 갈색으로 탄 게 눈에 띄었다. 여행 기간 중 대서양의 태양은 딱 어제만 눈부셨다. 이제 포르투갈에서 남은 시간은 하루 하고도 16시간 정도였다.


아침에 일어나 생각난 건 ‘포르투갈 수프’였다. 여기 오기 전 김민철 작가님의 책에서 포르투갈에서 먹은 수프와 관련된 일화를 읽고 꼭 수프를 먹어야겠다고 다짐했건만, 지금까지 까맣게 잊고 수프를 단 한 번도 찾지 않았다.


그렇다면 오늘 아침은 수프를 먹자. 아직 발의 피곤이 덜 풀렸음에도 얼른 숙소 밖으로 나갔다. 관광지가 몰려있는 구도심으로 가면 어딘가는 팔겠지라는 생각으로 지도를 켜고 대략 길을 본 다음에 자신만만하게 걸어갔다.


40분 정도 걸어가서 간 곳은 브라질리아 카페. 무려 1905년부터 시작된 카페로 브라질식 커피를 포르투갈에 처음으로 가져온 곳이라고 한다. 며칠 전에 한번 와서 커피와 에그타르트를 먹었는데 맘에 들어서 이번엔 아침을 먹으러 온 것이다. 분위기도 맛도 맘에 들었지만 사실 포르투갈의 유명한 작가들이 여기서 글을 썼다는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든 것도 있었다.


수프를 시키고 별생각 없이 기다리는데 직원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오늘은 수프 조리가 늦어져 몇 시간 뒤부터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뭐 여기는 수프의 인연이 닿지 않은 곳이겠지. 간편하게 마음을 접고 얼른 다른 식당을 찾아갔다.


그 후로 나는 세 군데 이상의 식당을 갔고, 가는 곳마다 메뉴에 수프가 없었다. 구글맵에 수프로 검색해서 찾아갔음에도 허탕을 쳤다.


수프는 나와 인연이 아니었던가. 대단한 수프를 바란 건 아니었다. 그냥 토마토 향 가득 나는 걸쭉한 수프나 고기와 양송이 좀 들어간 크림수프 같은 걸 생각했을 뿐이다. 어떤 직원은 수프를 찾으러 온 내게 라면 가게를 가리키며 거기로 가라고 말했다. 수프는 유럽에서 일상적인 게 아니란 말인가.


다행히 수프에만 결심이 있는 건 아니었다. 이 여행에서 매일 에그타르트를 먹기로 했었고, 아침에 갓 구운 에그타르트를 또 먹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그 결심은 지킬 수 있었다.


계란 향기에 이끌려 간 곳에서 에그타르트 한 개 먹었다. 역시 에그타르트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아침 공기와 빵의 온기와 나의 체온이 만날 때였다. 꾸준히 매일 먹은 덕분인지 이제는 그냥 한 개만 먹어도 덤덤하게 더 먹고 싶은 마음이 노크하지 않았다.


원래 아침을 먹는 성격이 아닌데 수프, 수프, 수프만 생각하니 점점 더 배고파졌다. 에그타르트가 허기짐을 더 보챈 것 같다. 결국 좀 괜찮아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 커피와 함께 크라상 샌드위치를 먹었다. 포르투갈에서 크라상을 세 개 정도 먹었던 거 같은데, 서울 크라상이 훨씬 맛있었다.


KakaoTalk_20241225_234432846.jpg


KakaoTalk_20241225_234432846_01.jpg


KakaoTalk_20241225_234432846_02.jpg


KakaoTalk_20241225_234432846_10.jpg


KakaoTalk_20241225_234432846_04.jpg


KakaoTalk_20241225_234432846_05.jpg


KakaoTalk_20241225_234432846_07.jpg


ps.

<포르투갈 여행에서 생각한 것들> 1편은 여기 있어요

https://brunch.co.kr/@realmd21/2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