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했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12. 그 사업을 제일 잘 아는 순간은 망했을 때다
아버지는 말하셨다.
사업을 언제 확실히 아는지 알아? 그 사업을 제일 잘 아는 순간은 망했을 때야.
회사 나오고 사업을 시작했을 때, 내 생각엔 사업 아이템이 트렌드에 맞다고 생각했어. 그동안 여러 업종을 분석해 봤으니 자신 있었지.
주변에서도 잘될 거라고 해줬어. 그러니까 자신감이 더 생겼지. 이건 되겠구나.
너도 알 듯 결국 망했지. 돈만 잃고 나왔을 때 그제야 보이는 게 있더라. 그 안에 있으면 보이지 않던 게 손 털고 나오니 보였어.
망하고 나니 주변 사람들 반응이 뭔지 알아? 주변에서 그제야 ‘그때는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라며 중요한 것들을 알려주는 거야.
특히 업계에 있는 사람들은 겉으로는 잘해보라고 말하지만 절대 도와주지 않아. 경쟁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이상하게 문 닫으니까 필요한 말들을 해줬어. 그걸 알았더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아마 그 사람들은 감춰왔던 지식을 말하며 자기의 생존을 안심했을 거야. 나한테는 이제 필요 없는 말을 하면서 스스로 우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그런 말을 듣고 내 사업이 다시 보이면 마음이 정말 아파. 자책감도 들고.
아들은 들었다.
아들은 다짐했다. 사업을 하게 되면 절대 망하지 말자. 아들은 실패가 얼마나 쓴맛인지 아들로서 알았다.
아들은 여러 비즈니스 관련된 책을 찾아 읽었다. 망하는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례를 알아야 한다. 업계의 중요한 지식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넓은 정보를 꾸준히 쌓아갔다.
아들은 일을 하면서 일에 갇히지 않고자 했다. 어떤 일에 묻히면 그 일이 안 보인다. 장님이 아니더라도 코끼리에 딱 붙어서 만지기만 하면 코끼리를 알 수 없다. 코끼리에 붙었다가 떨어졌다 다시 붙었다를 반복해야 한다.
그래도 여전히 아들은 사업을 하지 않는다. 아버지를 보고 신중함이 너무 깊게 쌓였다.
아버지는 이어서 말하셨다.
그래도 실패하고 깨닫고 나니 다음 일에 도움이 됐어. 어쩌면 다음 일이 더 중요해서 미리 배우고 연습할 시간을 하나님께서 주신 걸지도 몰라. 실패해 보니 그런 걸 알겠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