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 않고 시험을 지나는 방법
15. 모든 시험은 교사와 학생의 게임이다
아버지는 말하셨다.
시험 쫄 필요 없어. 모든 시험은 교사와 학생의 게임이야. 교사는 맞추지 못하게 만들고, 학생은 맞춰야 하는 거야. 창과 방패.
교사 입장에서 생각해 봐. 교사는 모두 맞아도 안 되고, 모두 틀려도 안 돼. 그러니까 99%가 맞출 수 있는 문제부터 1%만 맞힐 수 있는 문제까지 짜야 돼. 그게 얼마나 힘들겠니. 그러니까 너무 다 맞아도 배려가 없는 거긴 해. 교사의 노력을 무시한 거잖아. 좀 틀려주기도 해야지.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시험이 더 재밌어져. 고도의 심리 게임. 둘 사이의 시험지는 일종의 바둑판이지.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
시험은 평가하기 위해서 있는 거 아니냐고? 누가 누구를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해? 과연 그 정도 시험으로 사람을 평가할 수 있어?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쉽게 측정하고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
그러니까 거의 모든 시험은 그냥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쉬워져. 이 게임에서 계속 이기면 다음 레벨로 가는 거야. 이번 시험에 지면 다음 시험에서 이기면 돼.
어렵게 생각하지 마. 게임이야.
아들은 들었다.
아들의 기억으로 아버지의 게임 이론을 처음 들은 건 중학생 때다. 아들은 여전히 시험 앞에서 쫄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더 편하게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아버지의 게임 이론은 오히려 수능 이후에 더 도움이 됐다. 시험 보는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시험을 계획하고 평가자의 자리에 있는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니 이 게임이 좀 더 흥미로워졌다.
아들은 회사 면접을 보러 다닐 때 면접관을 보며 이 사람들은 이 자리에 있는 게 얼마나 피곤할까 생각하며 드립을 날리기도 했다. 회사 성과 평가를 할 때 낮은 점수를 받았을 때 누가 누구를 평가할 수 있겠냐는 생각으로, 그저 이 게임에서는 내가 졌다 생각으로, 바로 다음 게임을 준비했다.
마리오는 참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죽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이 판을 깨면 레벨업해서 새로운 모험이 등장한다. 언젠가는 결국 쿠퍼와 싸워 이길 날이 기대가 된다. 아들은 마리오처럼 오른쪽으로 꾸준히 걸어가며 이 게임을 이어가고 있다.
자신의 일을 게임으로 생각하는 것. 아버지의 게임 이론은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