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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여행에서 생각한 것들 30

리스본이 보이는 공원

by 장재형


반팔로 갈아입고 에두아루두7세 공원을 향해 걸었다. 그렇다. 또 걸었다.


에두아루두7세 공원은 리스본 신시가지에 위치해 있으며 기하학적인 무늬로 꾸며진 공원으로 유명하다, 고 여행책에 소개되어 있었다. 리스본의 유명 관광지들이 모여 있는 구시가지에서 벗어나 큰 나무가 가지런히 서있는 큰길을 15분 정도 따라가다 보면 공원이 나왔다. 그 길은 차도도 널찍하고 양쪽으로 유명 브랜드 샵들이 있어 과거에서 서서히 현재로 가는 기분을 자아냈다. 유럽의 옛도시 기분보다는 맨해튼에서 센트럴파크 가는 기분에 더 가까웠다.


마침내 도착한 에두아루두7세 공원은, 경사길 따라 만들어진 공원이었다. 여기서도 언덕 경사라니. 힘이 살짝 빠졌다. 포르투갈에 도착해서 여행을 한 날이 지금까지 7일이었다. 리스본의 경사길에 적응했다고 자신했지만, 오르막길이 꾸준하게 성실하게 이어지는 광경 앞에서 마음이 먼저 이제 그만을 속삭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공원 끝까지 가서 정원의 기하학적인 무늬와 리스본 도시, 그리고 강까지 이어지는 풍경은 봐야 했다. 누가 숙제를 낸 것도 아닌데 가서 뭔가를 봐야겠다는 마음은 어디서 시작된 걸까. 여행책이 아닐까 싶다. 여행책은 여행객에게 수많은 미션을 보여주고 무엇을 선택할지 묻는 RPG게임이다. 난 하나씩 퀘스트를 달성하며 경험치를 쌓고 있다. 상태창을 보고 싶어 진다.


공원 끝까지 걸어서 전경을 볼 수 있는 곳에 도착했다. 사실 사진 몇 장 찍고 나니 이게 다인가 싶었다. 그냥 니은과 리을이 반복되는 무늬다. 관리를 편하게 하기 위해 선택한 무늬 아니었을까. 리스본을 넓게 바라본 풍경은 물론 멋졌지만 여기까지 걸어온 내 피곤함을 달래주지 못했다.


살짝 허탈한 마음에 가만히 공원을 바라보다가 어디선가 대학생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뒤편에 있던 작은 공원에서 스무 명 남짓한 학생들이 사진을 찍으며 재밌게 놀고 있었다. 리스본의 미래였었다. 저들이 만들어갈 리스본이 다음에 우리 가족이 보게 될 리스본이 될 것이다. 이 도시를 부디 더 풍요롭고 흥미롭게 가꿔 주기를.


글을 쓰고 나니 ‘가꾸다’와 ‘바꾸다’가 비슷하게 보였다. 이제 곧 리스본에서 마지막 저녁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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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포르투갈 여행에서 생각한 것들> 1편은 여기 있어요

https://brunch.co.kr/@realmd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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