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에서 마지막 노을
노을. 오늘 하루의 마침표. 문장에 마침표가 적절히 와야 다음 문장을 따라갈 수 있다. 어떤 문장은 짧고 어떤 문장은 비루하고 어떤 문장은 지칠지라도 마침표가 붙으면 다음 문장을 쓸 수 있다. 마침표는 아름답다. 노을이다.
리스본의 마지막. 대륙의 서쪽 끝에 있는 나라인 포르투갈이니 가장 좋은 마침표는 노을이었다. 테루강과 붙어 있는 넓은 광장으로 왔다. (갔다가 맞을까, 왔다가 맞을까) 매일 걸었던 여행자는 이제 지하철을 타고 왔다.
강이라는 걸 알지만 마치 바다 같은 풍경이다. 노을을 보기 위한 사람들이 강가를 따라 쭉 나열해 있었다. 운 좋게도 마침 일어서는 분이 있어서 얼른 앉았다.
한 시간 정도 앉아있었다. 해는 서서히 구름 사이로 하강하고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았지만 조금씩 내려앉고 있었다. 마치 그림에서 볼법하게 강렬하게 강 속으로 빠지는 모습을 살짝 기대했지만 구름 사이로 파스텔톤으로 서서히 흔적을 지워가는 해가 남기는 노을도 충분히 아름답고 편안했고 감사했다.
마침 내가 앉은 자리 뒤편에는 키보드를 연주하는 분이 버스킹을 하고 계셨다. 어떻게 내가 앉아 있는 시간 동안 끊기지 않고 계속 음악을 연주해 주실 수 있으신지. 덕분에 난 ‘리스본의 노을’이라는 아름다운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 음악 덕분에 사람들은 더 오래 앉아서 거대한 강과 요트와 크루즈와 태양, 그리고 함께 이 자리에 있는 다른 여행자들을 볼 수 있었다.
숙소에 와서 배가 고파 근처에서 케밥을 먹었다. 그래도 부족한 마음에 대형마트로 향했다. 괜히 한 번이라도 트램을 더 타고 싶어서 트램을 타고 간 곳에서 우연히 사람들이 많은 푸드코트를 보게 됐다. 사람들도 많고 음식도 괜찮아 보였고 관광객은 한 명도 볼 수 없는 공간이었다.
난 거기서 수프를 시켰다. 이제야 수프를 먹었다. 토마토 베이스에 계란이 메인으로 들어간 수프의 맛은 아주 만족스러웠고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죠. 이게 포르투갈 특유의 수프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내가 기대했던 수프의 맛과는 가까웠다. 결국 나도 바라는 것들의 실상에서 감사하며 맛있어하는 인간이었다.
마침 옆에서 포르투갈 대학생들이 얘기 중이었는데 자꾸 중간에 ‘코리아’가 나와서 어떤 대화인가 궁금해졌다. 한국의 어떤 소재가 그들의 대화에 등장했던 걸까.
다시 숙소로 돌아오니 9시가 넘었다. 내일 오후에는 비행기를 탄다. 파리에서 12시간 잠시 있다가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탄다. 파리의 시간을 계획했던 밤이었다.
ps.
<포르투갈 여행에서 생각한 것들> 1편은 여기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