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은 것도 직접 할 수 있어야 한다
17. 하기 싫은 걸 계속 외주로 하다 보면 망한다
아버지는 말하셨다.
로마가 왜 망했는지 알아? 내가 보기엔 아웃소싱의 문제가 컸어.
로마가 잘 먹고 잘 사니까 다들 귀찮은 게 싫은 거야. 돈이 많아지면 내가 하기 싫은 게 많아지지. 그걸 하나씩 하나씩 다른 사람 시키면 얼마나 편해.
돈 주고 대신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귀찮게 여기지 말아야 할 것도 귀찮아져. 군대도 그랬지. 돈 줄 테니까 로마를 지켜줘. 온갖 이민족들이 와서 로마에서 돈을 벌었어. 그러다 이민족 없이는 돌아갈 수 없는 시스템이 된 거야.
그렇게 로마는 스스로 서서히 나라를 포기했어. 개개인을 보면 모두 좀 편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었지. 아무도 나라를 지키지 않았어.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은 있었을까.
모든 조직이 마찬가지야. 하기 싫은 걸 계속 외주로 하다 보면 망하는 길이야. 지금 편한 거 같으면 위험의 징조일 수도 있어. 힘들어도 어떤 일들은 절대 남에게 맡겨서는 안 돼.
아들은 들었다.
아들은 첫회사부터 소위 ‘직접하기’를 세뇌당하듯 배웠다. 직접 해야 실력을 키울 수 있고 일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다는 명분이 있었다. 실제로 어떤 일들은 직접 하면서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모든 걸 직접 하자니 피곤했다. 더 잘 아는 사람에게 맡기면 편하고 쉬웠다. 쉬운 길은 나쁜 게 아니다.
이제는 주변에서 외주, 대행, 협력 등의 말을 너무 쉽게 듣는다. 그거까지 우리가 해야 하냐는 질문이 나올 때 잠시 먹먹해진다. 아버지가 가르쳐주신 로마가 떠오른다.
스마트폰의 탄생 이후 성공한 비즈니스 중에는 누군가 대신해주는 일을 연결하는 사업들이 있다. 아버지 관점에서 이를 혁신이라고 불러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