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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여행에서 생각한 것들 32

포르투갈에서 마지막 날 아침

by 장재형

아침에 일어나 씻고 짐정리를 하면서 천천히 여행의 시간을 복기했다.


오늘 하기로 정한 건 조용한 곳에 있기, 성당에 있기, 그리고 에그타르트를 또 먹기.


숙소 근처에 공원이 하나 있었다. 동네 사람들 산책 나오기 딱 좋은 공원이다. 아침에 가니 개를 데리고 나온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이 도시에 개 키우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나 싶었다.


공원 안에 있는 카페에 앉아 카푸치노를 마셨다. 신혼여행을 영국으로 갔었다. 가기 전 런던 배경의 영화들을 봤는데 카푸치노를 시키는 게 눈에 띄었다. 영국인은 카푸치노를 잘 마신다는 글도 보았다. (진짜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런던에서 마셨던 카푸치노는 기대 이상이었고 그 후로도 종종 카푸치노를 마시며 여행을 회상했다. 나만의 커피 버릇은 이렇게 여기 리스본에서도 이어졌다. 카푸치노가 딱 적당한 시간이었다.


비둘기들이 카페 테이블에 또 올까 걱정했지만 오늘 비가 내릴 거라는 뉴스를 미리 봤는지 다들 무단결근했다.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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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고 나와 공원 옆에 있는 큰 성당에 들어갔다. 관광지가 아닌, 그냥 큰 성당이었다. 관광객이 아무도 없는 성당. 줄 서서 들어가지 않는 성당. 멍하니 앉아서 예배당을 보다가 잠시 기도했다가 다시 또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었다. 숙소 주변이 관광지가 아니니 이런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다행이었다.


에그타르트를 먹으러 올드타운으로 향했다. 또 언제 타보나 싶어 일부러 트램을 탔다. 날씨가 흐려 곧 비가 올 거 같은 날씨라 여행객이 별로 없이 한적한 트램이었다. 트램 소리와 리스본의 조용한 풍경이 어울렸다. 다행이었다.


여기서 먹은 에그타르트 중 가장 내 입맛에 맞았던 곳으로 가서 다시 먹었다. 처음 여기 왔을 때 구글맵을 보고 왔었는데 바로 옆에 있는 다른 가게로 착각했었다. 여기가 정말 맛집이라고? 계산하고 나온 다음에야 옆에 있는 진짜 에그타르트 맛집과 만났었다. 보통 가게와 맛집을 비교해서 먹으니 차이가 확실히 느껴졌다. 글로 자세히 표현하고 싶지만, 아직 미묘한 맛의 느낌을 정확하게 쓸 줄 모르는 내가 아쉽다. 리스본을 떠나기 전 다시 돌아와 먹을 만큼 맛있었고 먹고 있어도 또 먹고 싶은 맛이다, 이 정도로 남긴다. 다시 먹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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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숙소로 돌아와 짐을 찾고 마지막 식사를 하기 위해 며칠 전에 갔던 포르투갈 식당에 다시 갔다. 역시 마지막은 포르투갈 음식을 먹어야지. 포르투갈식 바칼라우(대구) 정통 요리를 시켰다. 대구를 튀겨서 겉에 양파와 올리브, 야채들이 섞인 소스를 뿌리고 튀긴 감자칩을 함께 주는 요리였다.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꾸역꾸역 다 먹었지만, 굳이 이걸 먹고 떠날 이유가 있었나 생각했다. 그래도 리스본에서 대구 요리 한번 먹었다고 누구에게라도 말할 수 있으니까, 다행이었다.


TV에서는 포르투갈 뉴스에 대한민국이 나오고 있었다. 뭔가 남북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한국에 돌아가서 문제를 해결하자... 는 마음은 아니지만, 한국 돌아갈 시간이 다가온 게 실감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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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포르투갈 여행에서 생각한 것들> 1편은 여기 있어요

https://brunch.co.kr/@realmd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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