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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배운 일 19 : 꾸준함의 힘

꾸준히 쌓이면 빨리 보인다

by 장재형

19. 꾸준히 쌓이면 빨리 보인다


아버지는 말하셨다.


지금은 주 5일이라 좋은데, 아빠는 토요일마다 일했어. 그때 내가 한 일이 시장보고서 쓰는 거야. 토요일마다 쓰고 월요일 아침에 보고하는 거.


그때는 너무 힘들었어. 토요일마다 숫자들을 들여다보면서 뭘 써야 하나 생각하고.


표에 숫자만 본다고 되는 일이 아냐. 각종 숫자들이 꿰어지는 순간을 찾아야 해. 내가 어떤 보고를 하느냐에 따라 결정이 달라질 수 있어.


어떤 날은 집에 와서도 잠이 안 와. 그게 뭐였을까, 이건 무슨 뜻이었을까, 생각으로 못 자다가 갑자기 유레카를 만나. 그제야 겨우 보고서를 쓰지.


이걸 매주 한다고 생각해 봐. 매주 토요일마다 보고서를 써야 하는 삶. 너무너무 싫었어. 나도 힘드니까. 그런데 어느 시점을 넘어가니까 내 눈이 달라졌어.


그러니까 빨리 보이더라. 이해도 쉬워지고 숫자의 흐름을 찾는 게 편해졌어. 그제야 토요일이 좀 살만해졌지.


뭐든 꾸준히 쌓아봐. 이 세상에 갑자기 실력이 느는 건 없어. 무언가가 빨리 보이면 실력이 늘었다는 증거야.


아들은 들었다.


아들이 알기로 아버지는 전경련에서 분석하고 글 쓰는 일을 했다. 토요일마다 아들이랑 놀아주지 않고 세상의 숫자들을 붙잡고 싸우셨다.


아버지는 지금도 보고서 쓰는 일을 하신다. 우리 사회에서 70이 넘어서도 지식산업에서 돈을 받고 산출물을 내신다는 건 꽤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30대 때의 축적된 실력이 지금도 인정을 받은 것이다.


아들은 지금 무엇을 쌓고 있나 고민한다. 아들은 일에서 무엇이 빨라졌나 생각한다. 아들은 지금 쌓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도 70대에도 쓰일 수 있는 게 있을까 걱정한다. 아들은 아버지의 토요일이 안타까우면서도 부럽다.


그런데, 그에게 통찰과 분석의 강점이 있으면서 왜 집안의 자산을 늘리는 건 잘 못하는지를, 어머니는 평생 궁금해하셨다. 하늘이 한 사람에게 모든 달란트를 주시지는 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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