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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배운 일 20 : 체면을 중요하게

체면이 돈보다 무서운 법

by 장재형

20. 체면이 돈보다 무서울 때가 있어


아버지는 말하셨다.


한중일 포럼 할 때 안건보다 중요한 건 상대방 체면을 살리는 일이었어. 이런 일에서 실무자가 일을 잘했느냐는 윗사람이 만족했냐거든. 게다가 세 나라에서 사람들이 오는데 약간의 자존심 싸움이 생길 수도 있는 일이야.


특히 예민한 건 자리, 숙소, 차량. 회의에서 어디 앉느냐 가지고 정말 여러 번 논의를 해. 숙소도 서로 급이 맞게 해야 하고. 차량도 서로 격을 좀 맞춰줘야지.


원래 일이라는 게 그렇듯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어. 중국 담당자가 연락이 왔는데 숙소가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거야. 사실 그건 내가 도울 일이 아니긴 했는데 그냥 무조건 도와줬어. 이건 해줘야겠다 싶었지.


리더들 만났을 때는 무조건 담당자 칭찬부터 해줬어. 저 사람 때문에 이 일이 다 잘 됐다고 하는 거야. 그래야 그 사람 체면이 살거든. 포럼 끝나고도 그 직원은 나한테 중국 오면 자기가 다해주겠다고 나한테 따로 몇 번이나 연락했어.


체면이 돈보다 무서울 때가 있어. 비단 의전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체면은 중요해. 인간의 일에서 자존심보다 가치 있는 게 어디 있을까.


나도 실수했다가 상대 체면이 깎여서 큰 낭패를 본 적 있었지. 그분은 아예 나와 인연을 끊었어. 따지고 보면 그 정도 실수는 아닌데, 그 순간 거기서 자존심이 상해버린 거야.


돈으로 잘해주는 건 잘 잊혀져. 그런데 체면을 살려주는 일은 잊히지 않아. 잘 기억해.


아들은 들었다.


아버지는 상대의 체면을 잘 살려줘야 한다고 아들에게 가르쳤다.


어머니는 자기 체면 따위는 잊고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아들에게 가르쳤다.


아들은 상대에게 맞추며 살아야 하는 걸 먼저 배웠다. 나이가 조금은 더 먹으면서 그제야 상대의 체면보다 내 체면을 먼저 굳건히 지키는 법을 스스로 알아갔다. 스스로 익힐 수 있기에 부모님은 그걸 가르치지 않음을 선택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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