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화도 낼 줄 알자
24. 책상을 뒤엎을 줄 알아야 한다
아버지는 말하셨다.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 생각은 달라. 아니다 싶으면, 책상을 뒤엎을 줄 알아야 해.
그냥 대충 넘어가면 어느 순간 흐리멍텅해져. 일을 끌고 갈 때 보면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사람들 금방 보인단 말야. 그걸 그냥 두면 결국 다 망가져.
일에는 적당한 긴장감이 필요해. 그걸 정확하게 표현해야지. 안 되면 화를 내야 하는 거야. 화내는 건 뭐 쉬운 일인가. 화를 잘 내는 기술도 익혀둬야 해.
책상 위에 있는 거 싹 엎으면 정신이 확 깨. 나도 깨고 사람들도 깨고. 다른 생각이 안 나고 몰입이 되는 거야. 그때 나온 결과물이 괜찮은 게 많아.
요즘엔 이렇게 하면 꼰대다 뭐다 하면서 욕먹는데. 일이 제대로 안 되는 것보다 욕먹는 게 나아.
물론 그날 저녁은 내가 사야지.
아들은 들었다.
화를 내라는 아버지의 조언은 요즘과 맞지 않았다. 요즘 그렇게 화를 낸다면 아마 블라인드에 바로 올라갈 것이다.
걸핏하면 짜증 내고 소리 지르며 그것을 권위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 대한 반감으로 요즘에는 회사에서 화를 표현하는 일이 많이 줄었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화를 낼 만큼의 열정과 에너지가 사라진 거라고도 생각한다.
사실 화를 받는 사람은 안다. 이게 그냥 감정적인 것인지, 정말 일을 잘 해내려고 하는 화인지.
아들은 화를 잘 내는 법에 생각한다. 아들은 리더가 화를 잘 내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에 동의한다. 그렇다고 매번 책상을 뒤엎으면 허리가 아플 것이다.
아들은 스무 살 때 선배에게 화 잘 내는 법 하나를 배웠다. 동아리 연극 연출을 맡았던 그 선배는 공연 준비하는 동안 딱 한 번만 제대로 화내겠다고 결심하고 연습에 들어갔다. 그리고 정말 딱 한 번 공연 일주일 전쯤 제대로 화를 냈다. 덕분에 공연은 만족스럽게 올라갔다.
그동안 얼마나 화를 잘 참았을까. 한 번의 화를 낼 때 잘하기 위해서 어떤 말을 할지부터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발산할지까지 생각했을 것이다. 화를 잘 내는 법 이면에는 화를 잘 참는 법이 함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