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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배운 일 25 : 나이와 친구

나이와 상관없이 생각이 맞으면 친구다

by 장재형

25. 나이와 상관없이 생각이 맞으면 친구다


아버지는 말하셨다.


나이가 들면서 친구가 계속 변해. 대학 친구들, 회사 친구들, 군대 친구들, 그런 친구들 만나면 좋지. 예전에 있었던 일들도 얘기하고 눈치 볼 거 없으니까 마음이 편해.


사회생활 하면서 점점 자주 못 만나다가 오랜만에 보면 좋긴 한데, 할 말이 없을 때가 생겨. 걔는 골프에 빠져 사는데, 나는 골프를 안 쳐. 누구는 이혼한 푸념만 늘어놓는데 나는 공감이 안 돼. 이런 식인 거야.


그런 만남이 몇 번 되면 또 만나고 싶지 않지. 그러다가 이제는 장례식에서 보는 거고.


지금 계속 연락하고 만나는 사람들은 나이가 다 달라. 나보다 어르신도 있고, 아래로는 20살, 30살 아래도 있고. 내가 왜 그 사람들과 계속 만나나 생각해 보니 결국 말이 통하는 거야. 생각이 맞는 거야. 생각이 맞으니, 친구가 되는 거고.


내 생각과 맞는 사람들을 만나는 건 정말 큰 복이야. 만약 이 사람들이 없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외로웠겠어.


동시에 나도 생각을 계속 갈고닦아야 해. 칠십 넘어서도 꾸준히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져야지. 어떤 이슈에 대한 내 생각도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하고. 그래야 그 친구들을 만나도 도태가 되지 않고, 그 친구들이 나를 만나는 즐거움이 생기지.


아들은 들었다.


아들은 자신에게 누가 친구인가 생각했다. 커피 마시면서 잠깐 얘기 나누고 다음에 보자고 얇게 인사하고 돌아설 때 마음은 두터워지는 사람들이 있다.


생각이 맞지 않으면 결국 점점 관계가 희미해진다. 봐도 할 말이 없다는 건, 조금은 슬픈 일이다.


그건 단순히 얼마나 자주 봤냐 같은 시간의 문제가 아니었다. 시간의 축적 속에서 어떤 삶을 살아왔느냐의 문제였다. 삶의 관점의 각도가 조금만 다르면 복리처럼 차이가 나 어느새 둘의 항로는 저 멀리 떨어져 있다.


아들은 자기 생각이 고루한 것은 아닌가, 좁게만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가끔 염려한다. 보면 피곤해지는 사람이 아니라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이다. 그것이 아들이 아버지에게 배운 인생의 성공의 정의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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