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을 키우거나 공부를 해야 한다
26. 시간이 나면 체력을 키우거나 공부를 해야 한다
아버지는 말하셨다.
내가 쉴 때가 많았잖아. 그래도 그때 계속 걸었던 게 지금 와서 일하는 힘이 됐어.
일이 없어도 계속 걸었지. 한강을 걷거나 산을 걷거나. 걸을 때 무슨 특별한 생각을 엄청 한 것도 아냐. 그냥 답답하니까 걷고, 걸으니까 또 걷고.
계속 이것저것 읽는 것도 안 멈췄어. 경제책도 보고, 소설도 보고, 읽고, 읽으니까 또 읽고.
몇 년 쉬고 나서 갑자기 같이 일하자고 연락 왔을 때 두렵지 않았던 건 그때 준비를 해서 그런 거 같아. 이어서 몇 년간 엄청 바빴잖아. 전국 돌아다니면서 일할 때도 놀 때 체력을 길러놓고 더 넓게 알아둬서 할 수 있었어.
체력이랑 지식만 있으면, 언제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 정말 큰일이 앞에 떨어졌을 때 그걸 감당하지 못하지 않도록 준비되어 있어야지.
아들은 들었다.
아들은 아버지가 놀았던 날들을 기억한다. 날들이라고 하기에는 날들이 좀 많아서 햇수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수도 있다. 서울에서 소득 없이 살았던 날들.
아버지는 참 많이 걸었다. 나중에는 산악회 총무까지 했다. 아들의 아내는 시아버지가 대동여지도 그려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지금도 아버지는 프로젝트가 있으면 가끔 며칠 밤샌다. 아들은 하루라도 밤새면 힘든 걸 알아서 어떻게든 밤새지 않으려 한다.
아버지의 말 안에는 아들에게 언젠가 더 큰 일을 할 준비를 하라는 충고가 있었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큰일이 닥치면 그걸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결국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나자빠진다는 교훈이 있었다.
그래서 아들은 아버지를 따라 꾸준히 걷고, 걸으니까 또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