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별일 아니야
27. 그거 별일 아니야.
아버지는 말하셨다.
그거 별일 아니야.
세상 살다 보면 별일이 다 있는데, 지나가 보면 별일 아니야.
그럴 때 잘 먹어. 안 먹으면 버틸 힘이 없다. 일단 잘 먹어. 별일 아니니까.
아들은 들었다.
아들은 자기 일 아니라고 무심하게 말하는 아버지가 맘에 들지는 않았다. 아들에게 닥친 일들은 지금 돌아봐도 쉬워 보이는 일은 아니었다.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나고, 사람이 배신하고, 앞날이 꼬이는 거 같은 일들과 마주했다.
별일 아니었다. 다행히 별일 아니게 되었다. 아버지라서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래서 아들은 별일처럼 느껴질 때 오히려 잘 먹으려고 한다. 일단 잘 먹으면 해결이 되든 해결이 안 되든 나는 쓰러지지 않았다. 조금 더 통통해질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