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배운 일 29 : 비겁하게 편하게

조금만 비겁하면 삶이 편해진다

by 장재형

29. 조금만 비겁하면 삶이 편해진다


아버지는 말하셨다.


조금만 비겁하면 삶이 편해져. 뭐 굳이 다 옳은 길로만 가려고 해. 이렇게 가나 저렇게 가나 상관없는 게 얼마나 많은데. 그냥 좀 편하게 살아. 비굴하게 굴면 상대가 잘해주고, 먼저 미안하다고 하면 사이가 해결되고, 살짝 아부하면 너 말 잘 들어주고, 얼마나 좋아.


옳은 길로만 가려고 하지 마. 적당히 타협해. 대충 가도 돼. 삶에서 거의 대부분의 일은 그저 그렇게 지나가도 되는 거야.


아들은 들었다.


아들은 아버지가 비겁하지 않게 살았다는 걸 안다. 아들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로 살고자 고집을 부렸다. 그래서 아들이 어릴 때 봤던 아버지 인상은 다소 무겁고 다소 무서웠던 적이 적지 않았다.


머리카락이 비어가며 아버지는 다소 부드러워졌다. 아무리 맞는 말이라도 강하게 주장한다고 뜻대로 되지 않는 걸 알았다. 아버지는 조금 비겁해지면 삶도 편해지고 일도 더 잘 된다는 걸 조금씩 배워가셨다.


아들은 아버지를 닮아 자기 생각에 확신이 있다. 어떻게든 내 생각대로 나아가려는 성격이다. 아버지는 아들이 걱정돼서 그렇게 말한 걸까. 아들의 삶이 힘들까 봐 말한 걸까.


편하게 가자. 좋은 게 좋은 거지.


할아버지는 군의관이었다. 좋은 대학을 나온 군의관이었다. 그가 신병검사 관리하는 책임자가 되었을 때 사람들이 돈 좀 만질 거라는 말을 들었다. 과장해서 집 한 채까지도 마련할 수 있을 거라는 말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돈 대신 군인으로서 의사로서 할 일을 했다. 덕분에 그는 미운털이라는 훈장을 받고 금방 험지로 발령 났다. 아버지가 말해준 이야기에서 친자검사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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