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상을 입으면 안 된다
32. 내상을 입으면 안 된다. 너를 지켜라.
아버지는 말하셨다.
뒤통수치는 일은 비일비재해. 몇 명 모여서 한 명 바보 만드는 것만큼 쉬운 게 없어. 나도 다 내정됐는데 갑자기 자기들끼리 짜고 치더니 나 아웃시켰잖아. 세상은 그런 일로 차고 넘쳐.
그럴 때 내상을 입으면 안 돼. 무협에서도 외상은 치료가 되는데 내상은 죽음으로 이어지잖아. 목숨을 지키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어. 살아남으면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어.
이미 일어난 일에 집착하고 분노하고 증오하고 계속 기억하면 자기 속이 다 타들어 가는 거야. 속이 곪아버리고 더 이상 누구도 치료할 수 없게 돼. 그때는 회복하기 힘들어.
그냥 털고 나가야지. 그게 뭐라고 거기에 매달리고 있어. 조금 떨어져서 보면 아무것도 아냐.
마음을 지켜라. 평소에 마음을 단단하게 하고, 기대를 너무 높이 갖지 말고, 몸을 튼튼하게 만들어라. 그러면 공격을 당해도 내상까지는 안 입을 수 있어.
결국 그 사람들 다 망했잖아. 나는 이렇게 지금도 행복하게 건강하게 살고 있고.
아들은 들었다.
아들은 조 아래에 뾰족한 발음을 넣은 말을 자기도 모르게 내뱉는 순간에 아버지의 말을 떠올리지 못했다. (무슨 말인지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투우사를 바라보는 소처럼 속으로 이글거리는 눈으로 잠에 들지 못할 때도 있었다. 끊임없는 되새김질이 이어졌다.
마음이 조금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나서야 그의 앞에서 흔들리는 건 그냥 얇은 천조각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는다. 되새김질해야 할 것은 쓴 뿌리가 아니라 건강한 풀이어야 함도 인지한다.
조금씩 내상을 입는다는 게 무슨 말인지 더 와닿는다. 그리고 그게 얼마나 위험한 지도 알게 된다. 내상은 그 자리에 멈춰 서게 만든다. 혹은 뒷걸음치다가 넘어지게 만든다. 그리고 못 일어나게 만든다.
아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내 마음은 공격할 수 없노라고 돈키호테처럼 외쳐본다. 그것이 계속 일을 이어가게 만드는 힘이라는 것도 이제는 안다. 실력은 오늘 뛰는 힘이 아니라 매일 꾸준하게 걷는 힘에서 나온다. 걸음은 허벅지와 마음의 근육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아버지는 숱한 내상을 입었을 당시엔 아들에게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서야 마치 오늘 낮에 들었던 재밌는 이야기 마냥 툭툭 꺼낸다. 아들은 실제 그 일이 일어났을 때 아버지의 마음을 가늠해 본다. 그리고 그 내상을 철저히 숨기려 했던 그 나이의 아버지를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