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달에는 우유를 조금씩 먹이면서 나의 언니가 네가 귀엽다고 자기 방에 데려다 놨어. 언니는 어렸을 적부터 늘 그랬지. 본인이 좋은 건 혼자 독차지하려고 했거든. 그래서 너는 한동안 나의 언니방에서 머무르면서 너의 엄마가 나의 언니인 줄 알았던 기억이 난다.
네가 태어난 지 몇 개월이 지났을까. 이제 슬슬 너의 모습이 보이더라고. 머리와 다리털은 곱슬곱슬 색깔은 아이보리, 눈은 몰티즈. 너의 정체는 말티푸였던 거야.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서 너는 무섭게 성장을 했지. 꼬물거리면서 잘 일어서지도 못했던 너의 모습, 눈이 떠질락 말락 하는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너무 많이 커버려서 서운했어. 사진을 많이 찍어둘 걸 하는 후회도 많았지.
네가 성장 후 1년쯤 지나니, 이제 다 컸구나 싶었지. 다리도 꽤 길어졌고 입도 점점 길어졌거든. 근데 3개월이 더 지나니 더 성장한 모습을 보고 이제 그만 컸음 했다 싶었지. 넌 완전히 그 상태로 성견이 되었어.
한 번은 내가 대학교 1학년때, 우리 학교에 네가 온 적이 있어. 공기 좋은 곳이라 그런 지 네가 신이 났더라고. 그래서 가족들 멀리 펄쩍펄쩍 뛰고 놀다가 갑자기 일어서서 멈춰있었는데 독수리 한 마리가 너한테 다가오지 뭐야. 우리 아빠가 질겁을 했지. 너를 물고 데려갈까 봐. 동물의 세계란 참 신기했지.
지금으로부터 13년전의 이야기라 사실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다는게 아쉽지만, 그렇기 때문에 글을 더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