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우리 집으로 온 날은 네가 태어난 지 불과 2~3주 지났을 때였어. 너는 태어나자마자 거의 너의 엄마와 형제들과 헤어진 셈이지. 우리 아빠 혼자 너를 분양받아 오는 조용한 차 안에서 네가 아무 말도 안 하길래, '벙어리 아니야..?', '목소리가 없나..'라는 생각을 했대. 지금에 와서야 그 이유를 알겠어. 너는 엄청 조용하고 소심한 아이였던 거야.
더 황당한 건 우리 아빠는 너의 정확한 생일, 어떤 종류의 강아지인 지 묻지도 않고 데려와버렸다.. 그 바람에 우리 집은 네가 온 후 몇 달간 너의 정체를 궁금해했지.
'털이 갈색이고 귀랑 얼굴이 곰돌이 같아. 코카스파니엘 아니야?'
'맞아 맞아 확실해'
그 예상은 네가 클수록 빗나갔다.
어쨌든 우리는 너의 정체를 아무것도 모른 채 너를 단번에 보고 이름을 '둥'이라고 짓기로 했어.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은 동물병원에서 정말 흔한 이름이었다는 거. 그냥 너를 봤을 때 떠오르는 느낌, 첫인상으로 붙여준 이름이었어. 얼마나 귀여웠는지 모르지.
그나저나 다리에 힘도 없고, 눈도 제대로 못 뜨는 너를 두고 우리 엄마가 너의 진짜 엄마한테 우유를 못 먹어서 어떡하냐며 걱정했단다. 엄마는 엄마지?
14년이 흐른 지금은 우리 아빠가 널 어떤 마음으로 데려왔는지 알 것 같아. 네가 우리 집에 왔을 때, 내가 20살이었거든. 우리 집에서 더 이상 어린아이 같이 귀여운 자식은 없었던 거야. 자식이라곤 예뻐할 줄 모른다고 생각했던 괴팍하고 호랑이 같은 우리 아빠가 보기만 해도 기쁨을 줄 수 있는 천진난만한 아이가 필요했다는 반전이 있었지.. 그래서 네가 우리 집으로 오게 됐어. 그리고 난 아빠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