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클래식 공연보기

by 미선씨

어렸을 때부터 우리 엄마는 나에게 각종 공연을 보여주곤 했다.

한창때는 예술의 전당에 한 달에 한 번씩도 갔던 것 같다.
정작 나는 클래식이 왜 좋은지, 뭐가 좋은지도 모르고 그저 따라다녔었다.

버스 두 번, 지하철 두 번을 갈아타고 예술의 전당에 도착해서 자리에 앉으면,
엄마는 공연 시작함과 동시에 잠들곤 했다.
나는 엄마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자는 걸 보면 엄마도 썩 클래식에 조예가 깊은 것도 아닐 테고
그렇다고 내가 클래식 좋다고 보여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열심히 다닐까.
그래서 어린 나는 다짐했다.
내가 엄마가 되면, 우리 엄마처럼 헛돈 쓰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내 나이가 되어 보니 알겠다.
아이가 군말 없이 따라는 오는 것 같으니
아이에게는 좋은 공연이란 공연은 다 보여주고 싶었을 테고,
그래서 공연장까지 아이를 동반하고 긴장한 채로
한 시간 넘게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공연장에 다다르면,
공연이고 뭐고 피로가 쏟아졌을 거다.




얼마 전, 백건우의 피아노 소나타 공연을 보러 갔다. 아이와 함께.
원래 아이를 데리고 갈 계획은 없었지만,
아이 셋을 신랑한테 맡기는 게 살짝 미안하기도 했고,
큰아이라면 데리고 갈만하겠다 싶기도 해서 거금을 들여 추진했다.

아이와 함께 가는 길은 즐거웠다.
공연 전 밥을 먹었는데, 가만 보니 예전에 엄마와 왔던 그 두부집이었다.
괜스레 반갑고, 아이가 잘 먹어주는 게 그렇게도 고마웠다.

오랜만이라 너무나도 달라진 예술의 전당.
엄마가 예전에 할머니랑 많이 왔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여기에 뭐가 있었는데...
아이는 고맙게도 엄마가 추억에 젖어 쏟아내는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우리 자리는 합창석이다. 자금의 압박으로 좋은 자리를 잡진 못했다.
그래도 딱 카메라가 있는 나름대로 괜찮은 자리다. 피아노 공연이니까 뒤에서 봐도 무리 없다.
아이는 할아버지가 피아노 치는 걸 신기해한다.
그렇게 세 곡을 듣고 나서는..... 깊이 잠들었다. 하하

이해는 된다. 아침부터 준비하고 오느라 피곤도 했을 테고 밥도 많이 먹어 딱 졸리기 쉬울 때
정박자로 비슷한 멜로디가 반복되는 소나타는 자장가 같았을 테지.
이거 엄마가 치던 곡이냐고 눈짓하기도 하며 세 곡이나 잘 들어준 게 기특하다.

쉬는 시간에 같이 간식 먹으며 얘기 나누는 것도 즐거웠다.
연주가 끝나고 연주자가 들어갈 때까지 박수를 치는 게 예의라고 알려주니 열심히 박수를 친다.
그 모습도 예쁘다.

애초에 아이가 클래식 음악을 잘 들으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저 오며 가며 즐거운 시간 보내고, 곡을 들으면서 흥미를 가졌으면 했다.
'오늘 어땠어?' 넌지시 물어보니,
'연주 자체는 졸리고, 지루하고, 쉬가 마려웠어'라고 한다. 어이쿠 이런..
그럼 다음에 엄마랑 같이 올 거야? 물으니
'당연하지, 엄마랑 같이 온건 너무 좋았어. '한다.

우리 둘의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면, 그럼 됐다.
아이용 표값은 아깝지 않다.
자주는 어렵겠지만, 종종 이런 시간을 만들어야겠다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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