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꿈을 응원받다

by 미선씨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았다.

말더듬이 소년이 동물과 대화하는 꿈을 이루는 동화책의 내용도 들어보고,
내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그래서 나의 꿈을 형상화해보는 그런 과정.

이상하게도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나이 40이 가까워오는 지금 어떤 직업으로 꿈을 표현하기도 너무 늦은 거 같이 느껴졌다.
내 꿈이 뭐지? 내가 진정 되고 싶은 게 뭐지?

언젠가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떤 걸 하고 싶어?"라는 질문이 나왔다.
역시 대답하기 어려웠다. 다시 돌아가면 공부를 좀 더 할 거 같긴 하지만...
그래도 결국 지금같이 회사원이 됐을 거 같은데?
다른 사람들도 의견이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겨우 생각한 게 전공을 바꾼다거나 그 정도.
'우주인이 될 거야', '노벨상을 탈거야'
어느덧 상상 속에서조차 이런 거창한 생각은 하지 못하는 현실주의자들이 되어버렸다.

집과 회사를 오가며 아이 셋을 돌보며 정신없이 사는 내가 겨우 생각해낸 꿈은
매일매일 행복했으면 좋겠고, 죽기 전에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 정도.
대단할 건 없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던 흔적을 남기고 싶기 때문이다.




마음이 시끄러워서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사실 마음이 아프다는 것도 몰랐다.
일이 잘 되지 않고, 만사 힘들게 느껴지고, 잠을 잘 못 자서 시작한 상담인데
알고 보니 결국 마음의 병이었다.
그리고 병의 근원은 외로움이었다.

혼자서 살아온 건 아니지만, 혼자서 살아온 것 같았다.
친구들도 각자의 삶에 바빠 어릴 때만큼 마음을 나누기 어려웠고,
남편이 있지만 남편에게 기대거나 남편과 마음을 나눌 절대적인 시간이 모자랐다.
그래서 내가 다 혼자 해결해야 하는 것 같았다.
스스로 채찍질했다. 이만하면, 잘하고 있어. 잘하는 거야.
그렇게 버텨온 결혼 후 10년. 이제 더는 못하겠다고 마음이, 몸이 아우성을 친다.

대단한 작가가 될 수는 없을 거다.
하지만 나와 같이 외로운 길을 걷는 워킹맘과 연대를 하고 싶다.
내 글이 그들에게 위안이 되고, 그들의 공감으로 나도 힘을 얻고.
조금씩 조금씩 하다 보면, 조금은 이루어지지 않겠나.




프로그램 말미에, 아이와 나는 서로의 꿈을 응원해주는 작업을 했다.

아이는 손 모양 편지지에 글을 적어서 나에게 선물해주었다.

'사랑하는 엄마, 항상 행복하게, 건강하게, 좋은 작가 되세요!'

그리고 정성스럽게 꾸민 명함을 마련해주었다. 명함엔 이렇게 적혀 있다.

'작가 김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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